김민경 청주시 지적정보과 주무관

(동양일보) 청렴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공직자의 중요한 미덕이었다. 인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어느 시기나 공직자에게 청렴을 강조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오늘날 우리 시대 또한 청렴을 그 어느 시대보다 강조하고 있다. 모든 시대를 막론하고 청렴을 강조했다는 것은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가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는 청렴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시대마다 왜 그렇게 청렴을 강조하는 것일까?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청렴은 그 사람이 가진 성품의 일종이며, 그 사람의 내면에 탐욕이 없는 상태여야만 도달 가능한 윤리적 덕목이다. 뜻으로만 청렴을 풀어보더라도 분명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욕망하고, 소유를 지향하는 존재이기에 청렴은 외부로부터 강제돼서는 갖추기 힘든 덕목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청렴은 철저하게 자발성을 요구한다. 청렴은 단어 속에 이미 자발성을 전제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청렴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공직자의 비리가 그치지 않았던 것은 자발적인 청렴 의지를 강조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청렴할 것을 외부에서 명령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렴은 분명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돼야만 획득될 수 있는 성품이자 덕목이므로 청렴에 대한 자발적 의지가 없는 공직자에게 청렴을 강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 그 내면으로부터의 청렴, ‘자발적 청렴’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인간은 혼자서 욕망하기보다는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평가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욕망한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 청렴’은 이상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해 줄 때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인간에게 풍족함을 안겨 줄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에게 자신의 지위를 스스로 돌아보아 줄 것을 독려해야 한다. 공직자는 청렴이, 공직에 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고귀한 정신적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하고,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일부 부패한 공직자들의 행태를 부각해 공직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시각을 조성하기보다 공직자를 공직자로서의 남다른 도덕적 품성을 지닌 가치 있는 존재로서 대우해야 하며, 그런 대우 속에서 공직자들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 청렴은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자발적 청렴 속에서 우리 사회는 우리가 꿈꾸던 청렴한 사회로 서서히 변모돼 갈 것이다. 그리고 마땅히 우리 사회는 그런 청렴성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공직자에게 그만한 존경과 대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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