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뒤집고 벌금 1천만원 선고…업무상 과실 인정
법원 “상황 구체적으로 알고도 지휘·감독 제대로 안 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책임자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은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이날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 유죄 판단을 받았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충북 옥천 출신 구은수(61) 전 서울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집회·시위 관리자였던 구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9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숨진 백씨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당시 집회 관리의 총책임자였음에도 위험한 직사 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은 “당시 지휘센터에 있었던 구 전 청장이 현장 상황이 긴박하다는 점은 인식했더라도 살수가 이뤄진 구체적 양상까지 파악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집회 당시 총괄책임자로서 현장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1심과 같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살수차 조작요원 한모 경장에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이, 최모 경장에겐 1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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