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지난주에는 칠석, 입추 등의 절기가 있었고, 어제는 말복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제는 더위야 가라를 되 뇌이며 냉면, 삼계탕, 추어탕, 수박 등의 피서음식과 과일로 몸보신을 하며 말복을 지냈으리라 믿는다. 삼복더위에는 장사가 없으니 몸을 보신하여 면역력을 키워야 하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대부분의 질병은 면역력 저하에 의한 후천적인 질환들로 발병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섭생하는 음식물의 변화, 거주하는 환경의 변화, 생활하는 자세의 변화 등에 의하여 발병한다. 어제 말복 더위에 이웃 주민들과 냉면으로 더위를 이겨내며 올 한 해의 마지막 복날을 보냈다. 그런데 냉면집 상호가 특이하고, 그 만큼 풍성한 세숫대야에 준다는 듯하였다. 하지만, 밑지고 파는 장사는 이 세상에 흔하지 않다. 하여튼 이웃과 함께하는 맛있는 냉면은 더욱 맛있고 피서가 따로 없었다. 해외로 계곡으로 바다로 가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이웃사촌과 에어컨이 선사하는 시원한 곳에서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은 더욱 커다란 행복인 듯하다.

이젠 처서(處暑)가 코앞에 와 있으며, 처서는 태양의 황도(黃道)상 위치로 정한 24절기 중 열네 번째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다.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음력 7월 15일 무렵) 이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며,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속담으로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지고, 풀도 울며 돌아간다고 한다. 정말로 처서가 기다려지는데 모기가 입이 돌아가면 물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면 여름 곤충인 모기는 생리적으로 활동성이 빈약해 질 것이다. 빨리 모기도 없어지고 날씨도 선선해지고 더위는 우주 멀리 물러갔으면 한다. 하지만 요즘은 가을모기 겨울모기가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모기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는데, 이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에 의한 생명체의 변화이지 않나 싶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수인데, 세숫대야에 시원한 물을 담아 세수만 해도 시원하겠다. 요즘이야 서구화된 삶의 변화로 현대화된 편리한 주택에 생활하다 보니 많은 것이 서구화의 형태로 살아간다. 세수도 화장실 세면대에서 하다 보니 세숫대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세숫대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먼저 대야에 대하여 알아보면 대야는 물을 담아서 무엇을 씻을 때 쓰는 둥글넓적한 그릇이다. 원래 대야의 옛말은 다야로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다야는 16세기 이후 제2음절 모음 ㅑ의 영향으로 제1음절 모음 ㅏ가 ㅐ로 변화 대야로 변하였다. 원래 대야는 술이나 음식을 담는 그릇의 의미였으나, 18세기 이후 현재의 의미로 변화 확대되었다. 놋제품은 불에 달군 놋쇠를 두드려서 만든 방짜와 아연을 섞어서 만든 주물유기의 두 가지가 있는데, 대야는 징 꽹과리 양푼들과 더불어 방자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방짜는 우리나라에서 질이 가장 좋은 놋쇠로 알려졌으며 식기는 여름에는 자기를 겨울에는 놋그릇을 쓰는 것이 관례였다. 놋대야는 놋요강과 함께 혼수품의 한가지로 손꼽혔으며 오래 쓰면 때가 끼는 까닭에 놋주발처럼 한 해에 한 두 차례 기와가루 등으로 닦아 사용해야 한다. 세수(洗手)대야는 세숫물을 담는 둥글넓적한 그릇이며, 세수와 대야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세숫대야와 같이 사용한다.

김호균 시인은 “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거품으로 가득 찬 물을 버리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중략) ~ 우리 모두는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중략) ~ 징, 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거다.”라며 세상살이를 세숫대야를 통하여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세상을 살아보니 예전에는 필수적인 혼수품이고 생활용품이었던 세숫대야가 이제는 뒷전으로 밀려 골동품 가게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모 냉면집 상호로 재탄생하여 힘든 세상살이 혹은 무더위에 지친 현대인에게 풍족한 먹거리 혹은 피서음식의 상호로 사용되어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행복감을 주니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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