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홍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 주무관

서기홍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 주무관

(동양일보) 여러 매체나 단체들에서 ‘상생’, ‘함께’ 등을 이야기 할 때 ‘같이, 가치’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굉장히 친숙해진 한 커뮤니케이션 관련 회사인 K사의 프로젝트에도 쓰이고, 각종 행사나 모임의 슬로건, 도시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전혀 어려운 문구는 아니지만 굳이 의미를 찾자면, ‘같이의 가치’, ‘함께함의 의미나 소중함’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같이’라는 의미는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인간이란 본래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이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함께’를 선호해왔다. 내 집 제사만큼 옆집의 제사도 중요했고, 내 동네의 일만큼 내가 사는 지역의 일도 중요했다. ‘내 집, 내 동네’라는 단어가 너무 어색해서 ‘우리 집, 우리 동네’라는 단어로 바꾸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인다.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혼밥·1인 미디어·1인 가구 등의 용어들이 너무도 익숙하니 말이다. 필자도 그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 중 하나이다.

19세기 영국의 사회사상인 ‘공리주의’는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공리성을 내세운다.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늘리는 데 기여하는 정도로 행위의 가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이데올로기나 사회 복지 사상의 일환으로 나타났던 공리주의의 복잡한 측면들은, 지금은 다 제쳐두겠다. 행복의 계량화가 가능함을 주장한 ‘양적 공리주의’가 아닌 행복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주장한 ‘질적 공리주의’를 기준으로, 쉽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정도는 설정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명의 구성원이 똑같이 70만큼 행복한 A집단, 10명 중 8명이 90만큼 행복하고 2명이 10만큼 행복한 B집단이 있다. 두 집단의 행복의 총량은 각각 700과 740이다. 수치상으로는 B집단이 더 행복하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본다면 과연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A집단의 구성원은 모두가 스스로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B집단의 2명은 자신을 매우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다. 개개인의 행복은 집단·우리의 행복과 동일하지 않으며, 하여 양적 공리주의는 이처럼 쉽게 부정된다.

또한, 행복에도 차이는 분명히 있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복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는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다. 나만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할지언정, 나라는 사람은 결국 다양한 무리에 속해서 자연의 비바람을 피하기도 하고 초원의 맹수를 물리치기도 한다. ‘혼자’도 ‘함께’가 있어야 가능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수한 시간 동안을 그렇게 지내왔다.

결국, 같이 행복해야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행복, 나의 즐거움은 가족, 동료, 이웃 등 내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있기에 가능하고 그들의 행복에도 나의 존재가 필요하다. 변해가는 사회 환경과 각 세대의 사고방식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 혼자 산다’가 되어가는 요즘, ‘같이의 가치’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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