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국 작가 초대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녹조가 나쁘다는 인식이 강한데 저는 그 안에 있는 ‘생명’을 봤습니다.”

한지공예촌으로 자리 잡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의 ‘벌랏 한지마을’에서 마불갤러리를 운영하며 한지공예, 녹조그릇, 분디나무 젓가락 등을 창작해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이름을 알린 이종국(59·사진) 작가. 그가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청주에서 초대전 ‘종이를 품은 달’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지난 6월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 전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의 전시가 녹조를 닥나무 껍질 등과 혼합한 종이로 만든 달항아리를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면 이번에는 달항아리뿐 아니라 녹조로 만든 소반 등 그릇들과 한지회화 작품까지 모두 50여점을 볼 수 있다.

이 작가는 20여 년간 벌랏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대청호의 생태적 특성을 관찰했다. 6~7월 장마가 시작되면 수초들이 섞여 녹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물을 오염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호수를 오염시키는 존재였던 녹조를 이 작가는 다시 들여다봤다.

“대청호의 녹조를 채취해 잡티를 제거하니 닥섬유와 색깔만 다르고 비슷한 물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년간 숙성시키면 살아있는 이끼 냄새를 가진 검은색의 순수섬유질 성분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새롭고 싱싱하게 태어난 녹조를 닥종이와 함께 섞으니 더욱 견고하고 실용성이 있는 달항아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죠.”

이 작가는 2018년 녹조를 활용한 문화상품 및 예술작품을 만드는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닥섬유만을 활용하는 것보다 녹조를 혼합해 사용하면 다양한 형태에 견고성까지 갖춘 달항아리와 소반, 접시 등 생활에 유용한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지회화작품 20여점도 관람객을 맞는다. 직접 뜬 종이를 천연 염색하거나 옻칠한 작품들이어서 독특한 질감과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청주 관계자는 “한지의 제작과 각종 한지공예작품들 그리고 평면 회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내용은 ‘자연’”이라며 “우주공간을 가득 채우며 쉼 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자연을 이야기한다. 최근 들어 그의 작품세계는 실용에서 거듭나 감상적 예술가치로의 확대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닥나무 종이는 느리게 살았던 과거의 일상과 삶을 닮았다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적 일상을 함축한 것이 녹조”라며 “녹조에서 생명을 찾고, ‘나쁜 오염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들여다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일본, 미국 하와이 등 세계 곳곳에서 한지를 비롯해 닥종이 그릇, 부채, 젓가락, 솟대, 짚풀 공예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전통문화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한국의 미를 알리고,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대청호의 생태와 한지를 소재로 한 토요문화학교, 사회적 농업법인 등을 운영하면서 자연학교, 도시농부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전시개막식은 15일 오후 4시.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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