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부가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안을 공개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의 핵심은 입법 예고될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는 이르면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 짓는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세종시 전역과 서울 25개 구, 경기 과천·광명·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민간택지라도 분양가를 공급자 맘대로 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2007년 참여정부가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아직 살아있지만, 2014년 요건 강화 후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로 분양시장에 작동하도록 이번에 요건을 완화했다. 우선 필수 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낮추고, '직전 12개월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의 선택 요건도 바꿨다. 분양가 상승률을 평균 분양가 상승률로 바꿔 시공사가 맘대로 분양 시기를 조정해 상한제를 피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도 3∼4년에서 5∼10년으로 연장했다. 상한제 대표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로또 수준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전매제한 기간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잖다. 겹겹 대출 규제를 받는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들이라 전매 기간을 다소 늘린다고 해도 당첨 로또의 수혜는 결국 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앞으로 정책 시행과정에서 정부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등 정비사업의 상한제 효력 발생 시점을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긴 것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겠지만, 소급적용 논란의 빌미가 될 우려도 있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시장의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극약처방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는 시장왜곡의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수익성이 줄어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을 포기하게 되면 주요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은 더 부족해지고 수요만 팽창하다가 결국 몇 년 후 집값은 치솟게 된다. 그게 시장이고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관건은 역시 부작용 최소화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정책 실패의 악순환과 그에 따른 문제점만 떠안게 된다.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적된 문제와 보완대책을 빨리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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