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감축 부작용'에 재정지원 대상만 정하는 평가로 단순화
정원감축 기조 변화없고 "정부-시장 조화"…지방대부터 압박 우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정부가 주도했던 대학 입학정원 감축이 2021년부터 각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교육부는 14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인구구조 변화 등 정책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도 정원 조정을 목적으로 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진행, 대학 정원 5만여명을 줄이는 결과를 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불만과 함께 실적주의 등 부작용을 낳았다.

이날 교육부는 앞으로 정원 감축 규모나 방법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그 과정이 적정한지 지켜보면서 혈세를 지원할 만한 대학인지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진단 기능은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정하는 것으로 단순화된다.

2015년과 2018년 1·2주기 대학 평가가 '옛날 군대의 비만부대 관리' 방식이었다면 2021년 진단은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다이어트'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대학들은 2021년 진단에 앞서 자체적으로 적정 정원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입학생을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입시 현실과 특성화 계획 등을 고려해 적정 규모를 잘 정해야 2021년 진단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다.

교육부는 적정 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13.3% 수준이었다.

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에 대비해 '유지 충원율' 지표가 신설된다. 2021년 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은 이후 3년간 학생 충원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재정 지원 자격을 사수할 수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정하게 됐지만 입시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총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은 정원을 늘려도 된다는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반도체 계약학과처럼 특수한 경우는 (특정 학과에 한해) 증원을 허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원 감축을 원하지 않는 대학은 기본역량진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진단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대다수 대학의 생존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달려있고 사업 대상이 되려면 기본역량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터라,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 감축이 대학 자율에 맡겨졌는데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입시 구조는 그대로이므로 지방대가 훨씬 큰 정원 감축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학생 유치가 힘든 상황에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입학 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지방대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대학 배려 장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90%를 5개 권역 기준으로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 10%에서 전국 단위로 선정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권역 기준으로 83.3%를 먼저 뽑았는데 이 비율을 소폭 늘렸다.

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핵심 지표의 만점 기준을 각각 수도권·비수도권 또는 권역별로 분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하반기 확정한다.

진단과 별개로 지역대학 지원 정책도 병행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역 실정에 맞는 연구·취업 지원체계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재정지원사업이 내년 신설된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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