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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일본 이기려면 중소기업부터 살려라
동양칼럼/ 일본 이기려면 중소기업부터 살려라
  • 동양일보
  • 승인 2019.08.18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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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청주 테크노파크에서 16년째 대기업에 플라스틱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A사의 L대표는 요즘 한숨이 잦아졌다. 인근에 대기업 공장이 유치되면서 같은 산업 단지 내에서도 기업 간에 극심한 임금 차이가 발생했다. 묵묵히 일하던 직원들도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올해 90명이 일하는 청주 공장에서만 몇 명이 대기업으로 빠져 나갔다. 자신도 직원들에게 좋은 복지와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싶다. 내년부터는 52시간 노동시간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최저임금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은 연간 구매 물량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다음 주 구매량을 그 전주 금요일에야 통보해준다. 직원들을 실제로 일을 안 시켜도 일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부담이 아니다. 게다가 자동차 대기업과의 계약 조건에 만일 부품 납품 차질로 자동차 조립이 지체되면 그 손실액 전부를 대기업에 물어주어야 한다. 하향 길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안정된 물량 보장도 어려워서 부품업체는 한 발만 삐끗하면 황천길이다. 그나마 주거래 대기업이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여 해외수출을 개척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고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기술을 개발한 중소업체 사장님들도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을 지켜보면서 애국심이 솟구쳐 오른다. 최근 우리 지역의 중소기업 A사는 일본기업이 지역의 반도체 대기업인 L사에 장기간 독점 납품하던 평면 필름을 국산화하기로 했다. 악전고투 끝에 일본 회사 납품가의 70%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사도 이를 무척 고마워하며 격려해줬다. 막 성공의 깔딱 고개를 넘는 순간, 일본 회사는 이를 간파하고 제품 가격을 50% 인하했다. 그러자 L사는 주저 없이 일본 회사와 재계약을 했다. 결국 A사는 대기업의 이윤만 높여주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기술을 개발하다가 탈탈 털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대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은 납품 단가를 어떻게든 인하시켜야 실적이 올라가고 승진도 된다. 그러니 부품 단가를 후려치는 걸 당연시하는 이들에게는 부품이 한국제냐, 일본제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게다가 오랫동안 거래한 일본 기업의 검증된 제품을 반값으로 조달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에 뭘 망설일 것인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땀 흘려 개발한 기술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개발을 해도 대기업이 사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철없는 애국자가 되다가 패가망신하지 말고 몸 사리는 게 최선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문제가 아니다. 산업단지를 돌아보면 일본의 보복이 아니더라도 재벌경제에 발목 잡혀 경제 활력이 죽어가는 현실을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본을 이기자”는 구호만 공허하게 외칠 것이 아니라 일본에게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부품과 소재를 담당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대기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술도 탈취 당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 명백한 범죄로 대기업이 적발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 우리 지자체들은 “오직 대기업”, “오직 성장”만을 외치며 온갖 특혜를 대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자칫 대기업 심기라도 거슬리기라도 하면 공장을 유치하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이게 바로 오늘날 한국 경제에서 성장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요인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경제 민주화’에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데도 대기업에 의존하여 연명이라도 하자는 비루함이 바로 현대판 식민 경제이 초상이다. 정말 지역경제가 걱정된다면 이제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웃을 수 있는 공정경제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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