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세종시교육청이 '기초학습 안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세종 학생의 학력을 대폭 신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3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해 개별학생의 수준을 확인하고 기초학력 지도 인력을 배정해 학습결손 해소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던 차다. 이런 때에 5개월여 간의 준비 끝에 마련한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번 기초학습 대책을 보면서 우려도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우선 교육의 초점을 학력증진에만 맞추면서 학생들의 인성교육 강화나 예체능 교육 내실화가 더욱 멀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최근 들어 세종지역 교육 현장에도 최교진 교육감이 중시하는 인성 교육보다는 경쟁과 효율만 좇는 시장논리가 만연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학력 강화를 이유로 공교육에서조차 전인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선 안 된다. 현실적으로도 세부적인 계획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정책들을 짜깁기한 것이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높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성공은 교실의 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세종교육청은 기초학력 진단(매년 3월 초등1학년~고등1학년) 이외에도 올해 하반기부터 학교별로 맞춤형 성장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연서초, 조치원 명동초, 새뜸초 등 3개 학교의 3~4학년을 대상으로 수학협력교사를 시범 배치, 운영한다고 한다. 중등에서도 수학 등 기초학력 대상 교과교실제 협력교사를 우선 배치해 지원대상 학생의 학습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당장은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학부형들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취지는 좋은데 늘 결과가 나쁜 것이 교육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교진 교육감은 "한 아이의 배움도 놓치지 않도록 기초학력 진단 등 학생의 학습 속도에 따라 개별성장발달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번 조치로 또 다른 과외가 생기지는 않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 주체인 교사들의 준비 정도도 궁금하다. 이번 대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교사가 참여의지를 보이지 않고 새로운 잡무만 추가됐다고 인식할 경우 이번 계획도 탁상행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쨌든 기초학습 안전망 구축을 계기로 세종지역 학교마다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난제들을 풀어야 낡은 교육을 새것으로 바꾸는 교육혁신이다. 기초학력 증진을 공식화한 이상 최교진 교육감과 세종시교육청은 이 정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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