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동양일보) 대한민국 만세!

3.1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2019년에 울려 퍼진 만세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외침이었다.

우리의 슬픈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묻혀있는 곳, 가깝지만 우리 땅이 아닌 곳! 거슬러 올라가면 드높은 기상의 고구려와 발해 주무대였으며 과거 우리 선조들이 대를 이어 살아왔던 낯설지 않은 땅! 그래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 그 위대하고 아픈 여정을 7월16~20일까지 한발 한발 되짚어 갈 수 있었다.

단재교육연수원‘우리민족 얼 찾기’의미 있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톡을 시작으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우수리스크를 거쳐 하바롭스크까지의 4박 5일 역사탐방이었다. 비록 전체 노선 중 극히 짧은 구간이었지만 장장 11시간 소요되는 야간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벅찬 체험도 포함됐다. 거사의 출발점에 서있던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발걸음을 쫒아 마주한 블라디보스톡역! 무엇이 그토록 그를 갈망케 했을까?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타고 갈 기차에 몸을 싣자 라즈들리노예역에서의 두려웠을 고려인의 모습이 겹쳐왔다. 영문도 모른 채 40일간 물과 식량 공급 없이 낯선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실려 간 이들이다. 달리는 기차 내내 그 시간을 지켰을 처연한 자작나무 풍광이 뇌리에 떨쳐지지가 않았다. 낡은 역사 벽에는 부산역 자매결연 기념판이 걸려 있었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역까지 오게 될 희망찬 그 어느 날의 간절함을 고대케 했다.

우리 연수일행은 제일 먼저 스탈린 정권에 희생된 천재 문학가 조명희 문학비가 세워진 곳을 찾았다. 이주한 고려인에게 모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항일운동에 헌신한 그다. 극동기술대학교 바깥정원 외진 곳에 덩그러니 세워져 붉게 녹슨 쇠사슬을 넘어서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비석 뒤 2개의 안내 동판 자리에는 붙어있었던 접착자국만 선명히 남아있다. 흔적만 남긴 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빈자리는 보는 탐방객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나마 작은 위로는 출생지 인연으로 진천 벽암리에 조성된 포석문학관에서 러시아마저 감동시킨 유려한 글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추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와 다른 독립운동가의 활동 중추거점였던 신한촌도 방문하였다. 민중을 가르치고 또 가르치어 조선의 미래 중심에 언제나 우뚝 서있는 거목이다. 그런 애국지사들의 족적은 슈퍼마켓이나 상점이 돼 흔적 없이 사라지고 민족혼을 달래기 위한 기념비만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단장님의 헌화와 함께 이어진 묵념엔 고마움과 미안함이 사무쳐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념과 사상에 뒤로 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숱한 그들, 모든 것을 지켜보고도 아무 말 없이 흐르는 흑룡강에 뿌려진 젊은 무명투사들, 역사에 새겨 넣지 못한 정의와 독립의 숨은 수호자들, 우리가 편히 누리는 일상의 자유와 평화는 그 모두의 희생과 피로 주어진 것임을 새겨본다. 단재교육연수원의 이번 연수과정은 참 뜻 깊은 여정이었다. 러시아에 흐르는 독립의 시간을 천천히 걸으며 우리민족의 뼈아픈 슬픈 역사속의 위대함을 확인한 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픔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세계 미래주역으로 평화와 자유의 꽃을 아름답게 피워라. KOREA 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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