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률 중국 연길시제10중학교 8학년

 
윤동률 <중국 연길시제10중학교 8학년>

[동양일보]맑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속을 가르며 몇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는 드디어 청주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행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습하고도 더운 바람이 살살 불어와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한국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흥분됐다. 시간이 늦어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날, 먼저 속리산으로 갔다. 푸른 나뭇잎에 푸른 풀잎, 주위는 온통 푸른색으로 단장해 있었다.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것이 바로 한여름 속라산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등산을 하면서 당연히 목이 마르겠지만 누구하나 물을 마시고난 병이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때였다, 갑자기 경 읽는 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하였다. 비록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무형의 손이 내 마음을 살살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속리산의 문화유물들을 돌아보고 난 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우리민족 의식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은 마냥 설렜다. 알뜰하게 마련된 일정을 마무리할 무렵 저녁 햇빛이 아름답게 이름 모를 산과 강을 비춰 더없이 아름다운 운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 포석기념사업회에서 준비한 환영만찬을 하게 됐다. 여러 선생님들의 간단한 소개와 환영 인사말을 듣고 우리일행은 자애로운 선생님들과 또 한층 가까워 진듯하였다.

한국행 사흘째, 부랴부랴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떠났다. 차 뒤에 앉아 운전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어제부터 우리들을 관광시키느라고 많이 힘드신 선생님들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끄러워 끝내 인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 이렇게나마 나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왔던 날이다. 길가는 알록달록한 우산들로 장식해 있었다. 삭도를 타고 올라 갈 때, 비록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보일 듯 말듯 한 크고 작은 집들은 더욱더 정답게 안겨왔다.

네 번째 날, 조식을 마치고 진천군 및 의회로 갔다. 우리를 환영하느라고 준비한 많은 선물들을 보면서 무척 감동받았다. 독특하고 의미 있는 선물들이었다. 그날, 제일 인상 깊은 것은 농다리였다. 크고 작은 바위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예술성이 넘쳤다.

마지막 날, 모두가 이별을 생각하면서 속상하고 아쉬움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생님들과 쌓인 정은 그것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다.

다섯 날 동안 여러 곳을 관광하며 나로서는 버거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꼈다. 어딜 가나 항상 한국의 깨끗함을 느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문명하고 깨끗하다는 것은 오직 환경을 사랑한다는 것뿐만 아니다. 한국 사람이 문명하다는 것은 정신도 그토록 깨끗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마지막 날 나는 안내원이 귀가 먼 할머니를 인내심 있게 도와주는 것을 보았다. ‘아, 이게 바로 한국인이 세계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기본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 문명의 뿌리에 안중근, 조명희선생님이 있고 종 박물관도 있고 절도 있고 탑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딛고 오늘 현재를 열심히 뛰고 있는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한국 사람들이 오늘 한국의 문명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행기에 올라 중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머릿속은 계속 한국에서의 보낸 뜻깊은 일들만 주마등마냥 스쳐지나갔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더욱 빛나는 나라. 내 인생을 빛나게 살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는 이번의 소중한 견학을 마련해준 고마운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가슴깊이 우러나오는 감사를 고개 숙여 전한다. 나에게 비약을 줄 이 한 단락의 추억을 나는 마음속 깊이 오래 저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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