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그들이 갖고 있었던 국가관, 민족관, 가치관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충북도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여성독립운동가 11명 흉상 제작사업의 책임작가를 맡은 정창훈(64) 조각가의 말이다.

정 조각가는 11명 중 연미당·오건해·신순호·박재복 선생을 맡아 지난 4월부터 흉상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작업은 밀랍주물방식. 조각가가 원하는 형상을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 주물 뜨는 방식보다 힘들고 복잡하지만 정 조각가는 섬세한 흉상을 만들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

정 조각가는 사진을 그대로 재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립운동가들의 가치관과 정신세계까지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 자료가 많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료가 거의 없어 때때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독립운동가가 되어 본다. 빙의돼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활동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현재 작업은 중간 단계까지 왔다. 이 시점에서 22일 가진 유족들과의 간담회는 앞으로의 작업을 진행하는데 큰 수확이었다.

유족들이 더 많은 자료를 준다고 하고, 모델도 서주겠다고 한 것.

“간담회에서 사진에 의존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의식과 영혼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심이라는 얘기를 하니, 유족분들께서도 마음이 놓인다고 하셨습니다.”

정 조각가는 많은 역사 인물들의 동상을 만들었다. 윤봉길 의사, 화랑 김유신을 비롯해 진천 포석 조명희 문학관 앞에 선 포석 선생의 동상, 진천의 보재 이상설 선생의 동상도 그의 작품이다.

“흉상 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애썼던 선조들의 활동과 정신세계, 가치관, 민족의식까지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 조각가는 1955년 충북 진천출생으로 충북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청주 세광중·고 미술 교사, 충북보건과학대(전 주성대) 교수를 역임했다.

1980년 대한민국국군미술대전 최우수상,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조각), 1981년, 1984년 목우회 공모전 목우회장상, 1984년 충북예술상, 1990년 청년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시드니국제아트페어(2006), 타이베이국제아트페어(2006), 중국국제미술관박람회전(2004·2005), 뉴욕루치아갤러리(1989), 서울현대미술관(1986, 1990) 등 다수의 초대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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