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예전 시골에서 한 여름 방학 중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 “예야! 꼴 좀 베어 오너라! 예? 뭐라고요?”라고 하면 “소꼴 좀 베어 오거라”라고 부친께서 말씀 하셨다. 혹은 “꼴값을 떠네!, 꼴값 하네! 꼴 보기 싫어!”와 같은 토속적인 언어들을 주변에서 듣곤 했었다. 내 고향 청원은 충북 청주를 둘러싼 지역으로 지금은 시.군 통폐합에 의해 청주시와 통합되었다. 그리고 한적한 시골이던 마을은 중소 도시 인근처럼 변해져 있다. 초등시절 시골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가량을 늘 걸어 다녔다. 비포장도로를 걸어 십리쯤 되는 길을 6년 동안 걸어 다녀 초등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마을 인근 도로는 농로이거나 질척한 비포장의 진흙길이었다. 그 시절에는 소달구지 형태의 구르마와 우마들이 다녔고 세월이 변하여 경운기 지금은 자동차 등이 시원하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질척한 농로 길은 지게를 지고 다니기에도 비좁은 편도의 1차선 도로이었고 주변에는 언제 뱀이나 개구리 혹은 작은 곤충들이 나오거나 돌아다닐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중등시절 겨울 늦은 시간의 하교 길은 칠흑 같은 어둠과 주변의 묘소 그리고 길가의 상여 집으로 인하여 공포스러움은 매우 켰다. 저녁이 되면 길가에 있는 물이 약하게 얼어 진흙길은 살얼음판이 되었고 칠흑 같은 어둠에 가방 질끈 메고 무서움과 공포로 발걸음아 나 살리라며 뛰어가다 보면 진흙탕에 운동화는 다 젖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힘든 유년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은 대부분이 그런 농촌 출신이 70~80 퍼센트를 차지하였고 그러한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전 선친세대는 더욱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았다. 이러한 삶이 현재의 행복한 마음과 베푸는 삶을 살도록 하는 원천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동년배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주변 인근의 시골에서 도시로 나오면 유학을 간다고 하였다. 외국이 아니라 조금 더 번화한 도시로 지역을 옮겼을 뿐이지만, 그 시절의 1시간은 짧은 거리이고 2시간 이상의 거리도 걸어서 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세월이 변하여 지금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고 차로는 10분 이내 거리로 짧아졌다. 아! 옛날이여! 를 되 뇌이지만 참말로 세월은 화살보다 더 빠르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엊그제 이런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 같은데 낼 모레면 이순(耳順)의 나이이다. 이제야 돌아보면 꼴이 무슨 소리야 종종 듣던 소리이지만 모르는 청소년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리운 유년 시절로 돌아가 꼴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꼴이란 무엇인가? 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첫째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 둘째 사람의 모양새나 행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 세째 어떤 형편이나 처지 따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 네째 접사로서 그 수량만큼 해당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나 말에게 먹이는 풀로 사용되는 꼴(Grass, Pasture)도 있는데, 여기서 의미는 짐승을 먹이는 풀이며 특히 양이나 가축 등이 먹기에 적합한 목초 혹은 곡물을 혼합하여 만든 사료를 의미한다. 또한 북한어로는 왕골(사초과의 한해살이풀)을 의미한다. 꼴과 연관된 속담으로 “꼴 보고 이름 짓는다”는 무슨 일이나 분수를 알아서 격에 맞게 하여야 함을 비유하며 “꼴에 군밤[떡] 사 먹겠다”는 분수에 맞지 않게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경우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고, “꼴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눈다”는 말은 되지 못한 자가 나서서 젠체하고 수작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꼴을 베어 신을 삼겠다”는 말은 은혜를 잊지 아니하고 갚겠다는 것을 비유하며, 꼴을 얕잡아 이르는 낮춤말로 꼬락서니도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사회이다. 그리고 백세 장수시대이다. 그렇다 보니 17세까지는 소년 18세부터 64세까지는 청년, 65세부터 90세까지는 중년 90세부터 100세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 한다. 참으로 맞을 수도 있는 시대의 언어 변화이며, 예전 사용되던 언어도 변화되듯 우리네 인생도 변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의 역사는 미래로 이어진다. 현재가 없는 과거와 미래는 없는 만큼 현재의 삶은 더욱 중요하다. 과거 나의 꼴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현재 나의 처신 위치 행복 삶의 방향 미래 비전 등을 결정하며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 때 내가 제일 행복한 삶이지 않을 까 싶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