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몰랐어도 과실 확인 땐 가중처벌” 잇단 유죄 선고
청주 10명 중 4명 깜빡이 안켜…난폭·보복운전도 증가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갑작스런 차선 변경 등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이른바 ‘비접촉 사고’ 운전자들에게 유죄 선고가 잇따랐다. 직접 접촉이 없어도 사고 발생에 과실이 있다면 구호·신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뺑소니로 가중처벌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이형걸 부장판사)는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해 교통사고를 유발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로 기소된 택시운전기사 A(63)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청주시 흥덕구의 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1차로로 차선을 변경, 당시 1차로를 달리던 B(18)군의 오토바이가 이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군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고,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C(72)씨에게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C씨는 지난 1월 14일 밤 진천군 초평면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뒤따르던 승용차의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당시 별다른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가 사흘 뒤 경찰에 붙잡혀 기소됐다. 고 부장판사는 “사고 후 다른 차 운전자들이 구호조치를 하는 동안 오히려 사고현장을 떠나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 ‘비접촉 뺑소니’는 무리한 끼어들기나 깜빡이 없는 차선 변경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청주에서도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진로변경 때 깜빡이를 켜지 않는 등 안전운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청주시내 22㎞ 구간의 통행차량을 분석한 결과 차로변경 차량의 46%, 좌우회전 차량의 76%만 방향지시등을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공익신고 91만7173건 중 깜빡이 점등과 관련된 신고만 15만8762건이었다.

경찰은 깜빡이 점등 위반이 보복운전과 비접촉 사고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2016년 2~3월 보복운전 신고사건 502건 중 50.3%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급변경하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행위가 원인이 된 사례였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난폭·보복운전은 각각 5256건, 30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1%, 12.6% 증가했다.

지역 법조계 한 변호사는 “특가법상 도주차량은 피해차량 운전자가 사망하게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중죄”라며 “비접촉 사고로 ‘몰랐다’고 진술하더라도 블랙박스나 CCTV 등 객관적 자료가 확보되면 거짓으로 판단돼 더욱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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