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음성 동성초 교사

[동양일보]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학원도 안 가고.”

그러고 보니 아이로서는 학원에 가지도 않고 숙제도 없는 선생님이 좋아 보일 법도 하다.

‘그래, 그렇지만 선생님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할 일이 참 많단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볼까.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차라리 학생을 해 보았던 내가 아이들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것이 대화에 유리하겠다 싶어 공감의 말을 건넸다.

“그래. 우리 ○○아. 많이 힘들지? 오늘 학원 몇 개나 가야 하니?”

아이는 오늘 학원에 몇 시까지 가야 하고 그 학원이 끝나면 또 어떤 학원에 가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러다 다급히 말을 끊었다.

“선생님, 저 가봐야 해요. 학원 시간 늦었어요.”

예전 같으면 학원가야 한다고 선생님과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끝마치는 아이를 보며 야속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예의 없음이나 무시가 아닌 그들의 생존 방식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학원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보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정말 효율적인 학습법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초등학교에는 소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초등학교 공부는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내용도 평이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학교에 올라가면 공부 잘한다고 자부했던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눈에 띄지 않았던 아이가 상위권에 올라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이 차이는 더욱 확연해져 공부 잘하는 아이를 손에 꼽기 어려워진다. 이것 역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고등학교의 공부는 양이 많고 내용 역시 이해하기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렵고 많은 양의 공부를 해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투여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부의 양은 줄일 수가 없고 공부에 투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정해져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해’를 빨리하는 것뿐이다. 공부에 대해 ‘이해’의 시간을 줄인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공부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습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재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배경 지식이 많아야 한다. 배경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지금 배워야 하는 학습에 대해 남들보다 더 빨리 더 깊이 더 정확히 이해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배경 지식이란 어떻게 획득되는가. 일정한 시간에 가장 많은 배경 지식을 습득할 방법은 다름 아닌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쌓아온 ‘독서’만 한 것이 없다.

너무도 장황한 글을 늘어놓았다. 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독서의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학원에 가야 하고, 또 학원에 가야 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것과 같은 지식을 또 배우고 복습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는 것은 학원 숙제. 피곤함에 지친 아이들에게 결국 독서의 시간이 없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아이들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책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을 준비해 보시는 것은 어떠한지. 꾸준한 독서를 통해 아이가 가진 잠재적 능력과 탁월함이 몇 배는 더 높이 발휘됨을 분명히 경험하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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