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수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수년간 검·경 출입기자로 있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그동안 검·경은 수사 여부나 과정, 결과 등에 대한 취재에서 ‘피의사실 공표’ 명분을 들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해왔다. 이런 기계적인 답변은 취재를 힘들게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 적용을 받는 피의자의 인격·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한 이해해왔다.

그런데 최근 일선 현장에서 수사관들과 기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역시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가 됐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에 대한 답변 뿐 아니라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부하는 모양새다.

울산지검이 가짜약사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낸 경찰관 2명을 입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라고 의결한 뒤 경찰은 사실상 언론에 입을 꽉 닫았다.

경찰도 김성태 의원이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을 고소한 사건 수사에 들어가며 맞불을 놨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례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검·경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결국 검·경의 분란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포토라인이나 구속 피의자의 법정 출석 촬영 제한 등 관행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던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논의 없이 언론 취재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피의사실 공표가 이용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