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주 전 중원대 교수

이 상 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20년간 머리의 피로 쓴 책이 있다. 영험한 화양구곡의 신령(神靈)님과 대한민국의 호국룡(護國龍)께서는 아신다. 화양구곡은 한국 최고의 문화산수(文化山水)다. 화양구곡은 1727년경 민진원이 완성한 이후 우리나라 구곡문화의 본향이자 산실이 됐다. 이렇게 되까지는 용기(龍氣)를 받은 율곡 이이의 학문적 영향과 우암 송시열의 학통계승의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학문의 뿌리가 깊으면 학문의 꽃도 아름답고 학문의 열매도 알차다. 화양구곡은 한국 구곡의 꽃이다. 화양구곡 제9곡 파곶(巴串)은 파곶(葩串)으로도 표기한다. 파(葩)는 꽃이라는 뜻이니, 꽃같이 아름다운 곶(串)이라는 뜻이다. 곶은 장기곶과 월곶의 곶과 같은 뜻이다. 화양구곡을 본받아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까지, 6.26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 권역을 제외하고 구곡이 많이 설정됐다. 괴산군내에는 온고지신의 연속이었다. 첫째, 1752년 지금 괴산군 청천면 삼송4리 선유동에 김시찬(金時粲1700~1767) 이보상(李普祥1698~1775) 이상간(李尙侃1715~1765) 정술조(鄭述祚1711~1788)등이 선유구곡을 정했다. 둘째, 1813년경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에 정재응(鄭在應1764~1822)이 쌍계구곡(雙溪九曲)을 정했다. 셋째, 1865년 노성도(盧性度1819~1893)가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일원에 연하구곡을 정했다. 넷째, 1899년경에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갈론리에 전덕호(全德浩1844~1922)가 갈은구곡(葛隱九曲)을 정했다. 이에 앞서 충북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검승리 일원에 유근(柳根 1549~1627)이 고산구곡(孤山九曲)을 정했다.

1584년 이전 화양구곡 인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가양리에 역학과 주자학에 달통한 이득윤(李得胤1553~1630)이 서계구곡(西溪九曲)을 정했다. 또 이득윤은 1607년 이전 괴산군 청천면 귀만리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일대에옥화구곡(玉華九曲)을 정했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보은군 내북면 주성리 일원에 신득치(申得治 1592~1656)는 낙우당구곡(樂愚堂九曲:봉황정구곡)을 정했다. 필자는 2001년 이를 ‘구곡문화관광특구’라 명명했다.  이 권역은 속리산서 발원하는 남한강인 달래강유역에 속한다. 이렇듯 1개 강 유역 100리 내에 9개 구곡이 설정된 사례는 드물다. 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여 《구곡문화관광특구와 구곡 한시 연구》에 담았다. 문화의 세기 21세기에 구곡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지식이 미래다. 구곡문화관광특구를 통해 창의융합적 문화관광을 만끽할 수 있다. 첫째 수려한 산수미, 둘째 한시의 예술적 표현미, 셋째 서예미학, 넷째 학통의 중요성, 다섯째 우도론(友道論), 여섯째 자연이 가르쳐주는 철학적 교훈등 창의융합적 문화관광을 만끽할 수 있다. “구곡문화관광특구(九曲文化觀光特區)”는 남한의 중심에 있으며 교통망이 사통팔달이다. 이를 감안하고 “구곡문화관광특구”내의 구곡을 답사감상하면, 효과적인 구곡문화관광을 즐길 수 있다.

우암 송시열은 율곡 이이의 도통(道統) 즉 학통을 계승하고 그 도통계승의 표상화로, 이석이 그린 《고산구곡도》를 보고 율곡의 〈고산구곡가〉를 한시(漢詩)로 번역하게 했다. 화양구곡도(華陽九曲圖)는 다음과 같다. ①김진옥(金鎭玉1659∼1736)의《화양구곡도》, ②충북대박물관 소장《화양구곡도》첩, ③이형부(李馨溥1791~1851)의《화양구곡도》첩, ④김녹휴(金祿休)가 소장 《화양산수병》, ⑤안씨(安氏) 소장 《화양구곡도》, ⑥기동관(奇東觀) 소장 《화양산수병(華陽山水屛)》, ⑦소장자 성명 미상의 《화양산수병》, ⑧ 조선민화박물관 소장《화양팔곡도》병풍, ⑨유미숙(兪美叔) 소장《화양도첩》 등이다. 1개소의 특정한 구곡을 그린 구곡도로는 최다이다. 그만큼 화양구곡의 위력은 지대했다. 현재 발굴된 화양구곡도는 ②③⑧번이다. 황강구곡도(黃江九曲圖)는 발굴되지 않았다. 발굴하면 대박이다.

화양구곡은 도통계승의 대표적인 구곡이며 화양구곡도는 학통전수의식의 상징적 그림이다. 따라서 문화산수인 구곡관광길을 거니노라면, 자연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관조할 수 있다. 첫째 문학, 둘째 역사, 셋째 철학, 넷째 시, 다섯째 글씨, 여섯째 그림, 즉 인생을 ‘문사철시서화(文史哲詩書畵)’로 승화하는 묘법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충북의 구곡도와 구곡문화》라는 구곡술항아리에 담아놓았다. 20년산이다. 식견이 있는 사람은 그 몽미(夢味) 선미(仙味)를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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