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세상에서 부(富)를 구하느니 / 가을의 썩은 낙엽을 줍지 / 그것이 교활(狡猾)의 보수(報酬)로 온다더라. // 세상에서 명예를 구하느니 / 사막길 위에 모래탑을 쌓지 / 그것이 아첨의 보수로 온다더라. // 세상에서 이해를 얻으려느니 / 눈보라 벌판에 홀로 돌아가지 / 그들 돗 같은 야인 앞에 구차히 입을 벌리느니. // 그러면 고적한 동무야 / 연옥에 신음자야 / 안아라 너의 가슴을. / 냉가슴을 안고 가자 가자 / 저 저문 사막의 길로 저 별 밑으로. // 그 별에게 말을 청하다가 / 별이 말 없거든 / 그때 홀로 쓰러지자 홀로 사라지자. (포석 조명희 시 ‘별 밑으로’)”



한국 민족민중문학의 선구자 포석 조명희(1894 ~ 1938) 선생의 삶을 연극으로 만난다.

진천에서 활동하는 극단 햇살은 오는 9월6일 오후 7시 진천 화랑관에서 연극 ‘별 밑으로’를 공연한다.

이 극단은 매년 두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그중 한 편은 지역 출신의 역사적 인물이나 전래, 전설 등을 극화해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진천 출신의 포석 선생을 선정했다. 연극은 포석 선생의 삶을 당시의 인물들과 함께 조명한다. 진천에서의 4.3 독립 만세운동과 일본 유학 중의 동우회 활동 등을 보여준다.

문학을 무기로 암울했던 현실에 용감하게 맞섰던 포석 선생은 일제의 탄압으로 조선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1928년 러시아 연해주로 망명해 신문기자, 문필인, 교육자로 조국독립운동을 펼쳤다.

문학과 교육을 통해 민족 계몽의 선봉에 섰던 그는 1937년 9월 18일 거주지 하바롭스크에서 ‘일본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소련 비밀경찰(KGB)에 체포됐고, 이듬해 5월 11일 44세를 일기로 처형당했다. 1950년대 구소련정권은 포석의 원심을 파기하고 명예를 회복시켰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지역의 고려인들은 ‘항일투쟁 영웅 59인’의 한사람으로 기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8년부터 조명희의 문학 성과에 대해 조명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러한 포석 선생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3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극본을 쓴 임오섭 작가는 “시 ‘별 밑으로’는 포석 선생의 삶과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생은 북한 정권이 들어서기 훨씬 전에 숨졌음에도 그동안 월북작가로 오해받아 왔었다. 선생에 대한 오해를 풀고, 조국을 위해 펼쳤던 일들을 널리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박희대 우석대 공연예술뮤지컬학과 교수는 “‘볕 밑으로’ 등 주옥같은 시들도 작품 속에 배치했다”며 “포석 선생의 자유평등·민주주의 사상, 애국·애족·인도주의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수일과 심순애’, 포석 선생이 쓴 최초의 희곡 ‘김영일의 사’는 극 중 극으로 보여준다.

조연출은 염효식 배우가 맡았다. 우석대 공연예술뮤지컬학과 학생들은 배우로 출연하는 등 각계각층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지후 배우가 조명희 역을, 김도훈 배우는 김우진 역을 맡았다. 윤심덕 역은 김예진 배우가, 요시다 역은 극단 햇살 회장인 유진형 배우가 연기한다.

유 회장은 “아직도 일본은 지난 역사에 대해 속죄하기는커녕 왜곡하고 있다. 포석 조명희 선생님의 일대기를 극화한 ‘별 밑으로’를 통해 조국 독립을 위해 힘쓰신 모든 분의 숭고한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2월 창단한 극단 햇살은 진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연극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무료공연. 문의=☏043-539-7692.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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