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기술 난생 동물로 확장…백색증 시력결함 해결 모델 만들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들어낸 알비노 도마뱀

[동양일보 의약뉴스 기자]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처음으로 파충류에게 적용해 온몸이 흰 집게 손가락 크기의 알비노 도마뱀을 만들어냈다.

유전자 과학의 혁명을 가져온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쥐와 식물, 인간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생식 방법에 차이가 있는 파충류에까지 확장하지는 못했다.

생물의학분야 저널을 발간하는 '셀프레스(Cell Press)'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대학 더그 멘케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알비노 도마뱀 한 쌍을 만들어낸 연구 결과를 오픈액세스 저널인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새로 수정된 난자나 분할 전 단세포 수정란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수정이 이뤄지고 세포분할이 시작된 뒤에 이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면 자칫 배아를 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 전에 시행하는 방법을 택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시약을 너무 일찍 투입하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어 '기회의 창'은 좁은 편이다.

파충류의 경우 정자가 암컷의 수란관에 오랜 기간 보관되기 때문에 언제 수정이 이뤄질지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단세포 배아를 꺼내 체외에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해 그동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할 수 없었다.

멘케 연구팀은 그러나 난소의 투명 세포막을 통해 난자의 발달 상태를 보고 어떤 난자가 다음으로 수정될지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수정 직전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시약을 투입했다.

그 결과, 처음으로 파충류에게 유전자 편집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당초 예상했던 모계 유전자 외에 부계 유전자도 유전자 편집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티로시나아제 유전자를 차단해 백색증(albinism)이 생겨도 색소만 잃을 뿐 동물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백색증 인간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시력 결함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실험동물 모델을 찾기 위해 알비노 도마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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