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문 괴산칠성중 교장

[동양일보]어릴 적 내가 태어난 고향은 팔봉산 자락이다. 고향 앞 팔봉산은 명산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김복진 조각가가 태어난 고장이기도 하다. 내가 성장해 온 고향의 자연환경은 나의 삶과 매우 밀접하고, 30년 넘은 나의 작품 활동 속에서 내 삶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나침반이 되었다.

학창시절에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미술교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수업은 주로 회화나 디자인 수업 중심으로 배우게 되었다. 전공으로 조소를 배우게 된 것은 미술대학에 진학하면서 조각예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찰흙을 재료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고 조형언어로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조소를 전공하게 되었다. 찰흙을 시각적·촉각적으로 체험하면서 자연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고 조소실습에 친근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리적 저항이 크지 않고 다루는 과정이 어렵지 않은 찰흙으로 다양한 조형표현을 할 수 있어 행복하였고, 찰흙을 살붙임 하여 인간의 형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끝으로 느껴지는 물성과 부드러운 촉감의 조형실습은 나의 작품을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경지로 이끌어 주었다.

나의 조각 작품 주제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가족과 농부상이다. 작품 대부분이 가족, 모자상, 고향, 세월 등 이며, 이를 통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조형세계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항상 주제 표현에 깊이와 넓이를 주려고 노력하였지만, 많은 어려움과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럴 때면 항상 어느 때고 작품 구상을 위해서 내 고향을 찾고 대부분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흙과 햇볕에 그을린 주름진 얼굴의 농부 모습, 논밭에서 휴식을 하며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논두렁에 풀을 베러가기 위해 낫을 가는 모습, 밭을 일구는 할머니의 모습 등 흙과 더불어 한평생을 진실하게 살아온 아름다운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하였다. 그분들의 진실된 삶의 모습을 밝히는 일이 나의 인생에서 조각활동의 대부분이었다.

나는 조각(Sculptures)에서 인생을 배웠고, 내 삶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조각은 내가 가는 길이기도 하고, 조각예술을 통해 주변 사람과 예술적 향기를 함께 나누고자 하였으며,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그리고 작품 활동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인생관이다. 지금 나는 교단에서 관리자로 학교운영을 하면서 일관성 있는 지조와 여유로 멋지게 교단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다. 선생님들에게나 학생들에게 봉사와 헌신을 통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다.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던 나의 고향이 내게 준 가르침과,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게 해 준 조각 작품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는 학교교정에 있는 50년 세월의 반송처럼 세속에 때 묻지 않고 순수하게 교단에 자취를 남기고 떠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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