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흥덕구청장

[동양일보]4차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IT, BT 분야의 산업이 우리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Quality of life) 향상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부의 축적을 통해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라는 사실에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려면 우선적으로 의∙식∙주가 해결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선진 문화생활 향유와 환경의 질 향상을 우선적인 조건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1인당 평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시대를 맞이하여 의∙식∙주 문제와 문화생활의 중요성은 접어두고, 우리가 다소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의 질, 그중에서도 숲의 중요성을 강조해 보고자 한다. 흔히 산림이 보유하고 있는 숲을 녹색댐이라 일컫는데, 그 말인즉슨 우리나라 같이 울창한 숲을 유지할 경우 연간 숲이 머금고 있는 물의 양이 소양강댐 10개에 해당하는 180억 톤의 엄청난 물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침략기와 6∙25 동란 이후 산림이 매우 황폐하였으나, 지속적인 녹화사업으로 이젠 금수강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최근 유엔에서도 우리나라를 산림녹화 성공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의 수목실태를 면면이 살펴보면 지역별로 특색을 갖추어 조성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숲의 모습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고 장차 목재로서의 가치도 많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30∼50년 전부터 아름다운 숲 가꾸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좀 더 좋은 수종을 대대적으로 식재했더라면 지금쯤은 아름답고 멋진 숲을 전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일부지만 아름다운 숲을 조성해서 명소화 된 곳도 있다. 전남 장성의 편백나무 숲과 보성의 녹차 밭, 전남 담양과 울산 태화강변의 대나무 숲, 강원도 월정사의 전나무 숲과 인제의 자작나무 숲 등은 이미 전 국민이 즐겨 찾는 명소화가 돼, 이 지역의 이미지 고양은 물론 관광마케팅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거두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고장 충북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래 전 ‘청주가로수길’이 영화 ‘모래시계’ 촬영지로 한차례 명성을 날린 이후로는 이렇다고 내세울만한 실적이 없다. 우리는 숲 공원 조성을 위해서 그간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가? 우리 도내에도 천혜의 숲 관광 자원이 비교적 많지만 기존의 숲 자원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만 중점을 둠으로써 아름답고 멋진 숲 공간을 창출해 내지는 못 했다.

속리산 정이품송이 몇 차례 태풍으로 부러졌을 때 많은 돈을 들여 수목을 치유하고, 씨앗을 받아 자목을 키우는 노력을 한 것은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 시기에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아름답고 멋진 진입로 가로수와 제3의 숲공원을 조성했더라면, 그 성과가 지금쯤은 서서히 나타나고 새로운 힐링공간 활용을 통해, 지역의 이미지 고양과 더불어 관광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터인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름다운 숲 조성 운동은 수목의 성장이 더딘 관계로 단기간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먼 훗날을 기약하는 미래지향적 운동이다. 천년 미래를 위한 숲 조성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손만대에 금수강산을 물려주기 위해 나무심기를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별로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잣나무, 전나무, 편백나무, 리기테다소나무, 목백합, 자작나무 숲 등을 넓은 대규모 공원과 더불어 조성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큰 성과를 거두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 대규모 숲 공원 조성이 어렵다면 우선 기존의 잡목을 벌목한 다음 산책로 개발과 더불어 연차적 수종갱신을 통해 지역의 상징수목을 선정하여 대대적으로 식재해 나가면 될 것이다. 수목은 한번 심어 놓으면 해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줌은 물론 홍수조절과 갈수완화, 수질정화 기능을 통해 아름다운 국토보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50년, 100년 이후, 거목으로 자란 나무와 함께 생활하는 우리 후손들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해 보라. 실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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