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자연 생태계는 그 구성요소 간 서로 조화를 이루며, 각 생태계는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형성된 도시생태계는 주변의 자연생태계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이를 파괴하는 수준으로 까지 진행되고 있다.

도시에서는 인구밀도와 토지이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생태계는 질적으로 저하되고 자연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 생태단위 간 상호작용으로부터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경관생태라는 개념이 부각되었다. 경관 생태적 접근은 자연 및 문화경관에서 특정 생태계의 공간적 표현물인 동질적·지리적 단위인 에코 톱을 찾고 그 에코 톱의 생성과정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두어왔다. 경관생태는 생태적 한계에 기초한 최적의 토지이용 제안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주요 실행과제로 자연보존, 천연자원 보호, 경관보호를 위한 대응책이나 도시개발과 생태경관을 함께 고려하는 대안을 모색해 왔다. 경관생태는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창조하거나 복원, 관리하는 응용생태, 토지의 이용과 개발, 생태계 보존과 같은 환경계획 분야와 접목되어 발전하고 있다.

경관생태 도시 관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의 환경정책은 경관생태에 입각해 수립되고 있다. 독일은 인구밀도가 높고 토지이용이 집약적이기 때문에 환경영향과 토지이용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1970년대 초 최초의 환경정책 수립시, 기술·경제적 측면만 고려한 결과,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1970년대 말에는 생태적 접근 차원에서 기술적 진전과 함께 생태계획이 이루어졌다. 환경정책은 생태계의 민감성, 환경영향의 진단, 경관의 다양성 관리, 민감한 생태계 보호 등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위와 같은 목적 하에서 환경관리의 원칙이 다음과 같이 정립되었다. 어느 지역이든 지배적 토지이용 유형이 유일한 토지이용 유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10~15%는 다른 토지이용 유형에 할당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도시에 있어 최소한의 자연성을 갖추기 이해서 최소 10%의 토지이용은 자연생태에 할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10% 요구법칙은, 국립공원의 경우 반대로 인공시설물 면적이 10%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규칙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경관생태의 기본적인 방향은 토지이용의 다양성 추구이다. 어떤 용도가 지배적일 경우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토지이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다양성을 통해 집약적인 토지이용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도시권계획은 경관생태 도시 관리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1964년 이안 맥하그는 펜실베이니아와 뉴저지 주 대도시권내 자연경관의 경계를 설정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다. 물, 공기, 토지 등 생태자원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토지이용 정책을 결정하였다. 맥하그는 자연현상의 발생과정을 고려하여, 자연경관을 생태계의 특성에 따라 구릉지, 해안평야, 산록 등 8가지로 나누고, 대도시권의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자연경관 관리체계를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생태적 보전을 위해 각각의 자연경관 내에서 허용 가능한 토지이용과 허용 불가한 토지이용을 제시하였다.

구릉지와 해안평야는 되도록 자연 상태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지표수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범람이 잦은 지역에는 개발정책을 배제해야 한다. 습지에서는 도시화 정책을 배제함은 물론, 수자원의 저장과 폐기물의 자연정화조 역할이라는 생태적인 중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농업지역은 농업경작과 생산의 근원지로서 농업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숲과 급경사 지역은 토양침식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개발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경관생태를 통해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도시생태계가 항상성과 안정성을 갖도록 토지이용의 운영원칙을 세우고 관리의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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