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고국이란 무엇인가. 디아스포라로 떠돌면서도 촛불을 밝히듯 심지로 남아있는 곳. 가슴 한 가운데 심장처럼 뜨겁게 뛰는 곳. 유대인들이 2000년간 전세계에 흩어져 고초 속에서도 살 수 있었던 것은 예루살렘이 있었기 때문이듯, 그런 곳이 고국이고 모국이며 고향이다.

세계 한인 여성들이 뿌리이자 핏줄과 DNA를 준 고국을 찾았다. 19회‘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청주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린 코윈대회에는 전 세계 29개국에서 살고 있는 210명의 한인여성들과 국내 여성계 490명 등 모두 7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성평등한 미래 100년을 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의 주제는‘세계 한인 여성, 평등한 미래를 함께 열다’.

주제에 맞게 국립여성사전시관의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등의 주제 전시와 여성가족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전시사업 일환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내일’ 특별전 등이 함께 열렸다.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조강연, 글로벌여성리더포럼(세계여성지도자토론회), 분야별 네트워킹, 차세대 대상 워크숍, 지역여성포럼 등 사흘내내 꽉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코윈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민을 갔거나 현지에서 태어난 2, 3세로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있는 사람들이다. 경제활동을 하거나 한인사회의 리더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고국의 소식에도 비교적 밝고 고국을 돕고자 일하는 민간외교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동적인 일도 많이 한다. 샌프란시스코나 시드니에 사는 한인여성들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일 등에 앞장섰다. 글렌데일에서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이라는 단체를 이끄는 김현정 대표는 2013년 글렌데일에 세워진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일본이 얼마나 집요한 공작과 로비로 단체를 괴롭혀왔는지 폭로하며 일본에 의해 소송까지 가서 1심, 2심을 거쳐 마침내 연방 대법원에서 이겼다는 보고를 했다. 그 작은 소녀상이 뭐라고 일본정부는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보내며 소녀상 없애기와 일본의 과거 행적 지우기에 열을 올린단다. 골리앗과 싸움에서 이 단체는 풀뿌리 서명과 캠페인으로 위안부 실태를 주변에 알려나갔고 그 과정에서 언론과 미국, 일본계 학자들이 동참해 주었고, 현지 로펌은 무료변론을 맡아주었단다. 과연 여론의 나라 미국다운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발표를 들으면서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 세워진 소녀상 소송에까지 관여하는 일본정부가 무서웠다. 과거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 총리가 지금 일으키고 있는 한·일 전쟁의 작은 단면을 보는 듯 했다.

브라질에서 온 김유나 씨는 20대 청년여성이었다. 6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서 공부를 했고, 지금은 한류문화 원장으로 라디어 방송에서 사회를 맡는 등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해서 이민을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나 문화나 고국에 대한 추억이 많이 없는 세대였다. 그는 유창하게 말을 하면서도 혹시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양해해 달라고 했다. 성장과정 중 한국어를 쓸 기회가 적다보니 말이 서툴러서 성장한 뒤 일부러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말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브라질 사회에 한류 문화를 퍼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장했다. 당차고 야무진 미래의 꿈을 가진 청년여성이었다.

그런 그가 말했다. 한국이 브라질과 축구를 하게 되어서 한인계 브라질 친구들에게 어느 나라를 응원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우리는 브라질 국민인데 당연히 브라질을 응원해야지.”하더란다. 그러면서 이 대답이 이상한 것인가 물었다.

결혼만은 한인과 했으면 했는데 결국 남자친구는 브라질 사람을 만났다고, 현실적인 해외 교민의 현지인화를 설명했다. 그래도 코윈이 있어서 고국을 돌아볼 수 있고, 힘을 얻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라가 힘이 있고 안정되는 것이 외국의 우리 한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가 생각했다. 나라가 잘 나가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것이 모국의 힘이다. 그래서 힘있고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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