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일본 정부가 지난달 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의 한국 제외 조치를 공식적으로 시행했다. 전국의 많은 국민들이 ‘NO제팬’을 외치고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 경쟁력 향상과 수입선 다변화 등 조달 능력 강화가 절실했지만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기초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납품받으면서 기술개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화학·공작기계·계측·정밀소재 등 대부분 뿌리 산업의 한·일간 기술격차는 상당하다. 일본의 실리콘웨이퍼 세계 시장점유율은 60%에 이른다. 불화수소는 약 70%,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는 90%가 넘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대비 한국의 중소제조업(매출액 5억원 초과~1500억원 이하)은 일본보다 기술 수준이 평균 1.8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이 막강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은 정부의 전방위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안정적 협업 구조와 축적된 경험, 처리공정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 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이와 같은 성과는 ‘모노즈쿠리’에서 비롯됐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 즉 일본 사회의 장인정신을 의미하는 이 말은 1999년 제조 기반 기술진흥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고급기술을 뜻하는 긍정적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일본은 이 기본법을 통해 설계·압축형성·압출성형·기계 등 26개 분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장관 주도로 특정 연구·개발(R&D) 등 계획을 수행하고 기술자 연수, 특허권 관리 지도 등의 지원을 하는 한편 이를 백서 형태로 매년 점검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이러한 지원과 관리로 인해 제조업 11개 부문의 비교우위지수에서 일본은 9개 부문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다. 특히 기계부품과 비금속 광물 부문은 한국을 두 배 수준으로 압도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제품은 총 270개이며, 이 가운데 부품·소재가 212개로 78.5%나 된다. ‘빨리빨리’로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이젠 우리도 국가차원의 기초소재·부품 개발에 대한 집중지원과 철저한 장인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석준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