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 충북농업기술원 학예연구사

박미경 충북농업기술원 학예연구사

[동양일보]찌는 듯한 가마솥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싶으니 어느덧 추석이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 달, 팔월의 한가운데 날, 즉 음력 팔월 보름이다.

이 시기는 한해 농사를 마무리 하는 때로,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오죽하면 옛 어른들은‘5월 농부 8월 신선’,‘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을까!

추석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명절로, 한가위, 가배(嘉俳),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미리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고, 후손으로서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추석 아침에는 한 해 농사의 풍성한 결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과 햇과일을 정성스레 차려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동국세시기 등 옛 문헌에는 추석의 음식으로, 송편, 토란탕, 화양적 등이 나온다. 차례가 끝나고 나면 온 가족이 함께 차려진 음식을 음복하고 조상의 묘에 찾아가 성묘를 한다.

또한, 강강수월래, 씨름, 가마싸움, 거북놀이, 소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풍년을 기원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명절은 조상에 대한 차례로 시작하여 음식을 나눠 먹고 놀이를 즐기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지만, 고된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면서 신명나게 먹고 즐기는 정겨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밖에도 추석 즈음이 되면‘올게심니’라고 하여 벼, 수수, 조의 이삭을 묶어 방문이나 기둥에 걸어 두고, 다음 해의 풍년을 빌었다.

이때 사용했던 곡식은 다음 해에 씨로 쓰기도 하고, 떡을 해서 먹기도 했다. 이처럼 추석의 세시풍속은 농경의례로, 우리의 전통적인 생업이었던 농사를 바탕으로 전승됐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구조와 생활양식의 변화는 우리 명절의 풍경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명절의 전통적인 위상과 정신문화의 가치는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는 되새겨 볼만하다. 추석은 단순히 풍년을 자축하며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었다.

추석의 다양한 세시풍속 안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갔던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있고,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부디 이번 추석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밝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고 소통하여, 모두가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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