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자연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이선영 충북자연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동양일보]지난 학생발명품대회에 참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다.

좋아하는 귤이 제주도에서 집으로 배송되는 동안 쉬이 상하고 숙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과일 배달전용 상자였다.

귤이 서로 닿지 않도록 푹신한 소재로 칸막이를 만들고, 에틸렌(Ethylene) 가스를 흡수하는 흡수제를 상자 바닥에 잔뜩 깔았다.

초등학생답게 생각은 참 기특했으나, 귤 한 상자 가격보다 배송용 박스 가격이 더 비싸져버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과일 꼭지에 둥근 스티커가 붙어 있는 ‘황금향’ 한 박스가 배달되었다. 추석 선물로 제주도에 살고 있는 동생이 보낸 선물이었다.

왜 과일 꼭지에 스티커를 붙였을까? 보통의 스티커보다 두툼한 요것이 바로 과일을 신선하게 유지해주는 비법이란다.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나 야채가 익어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으로 부패를 가속화시키는 자연 식물 호르몬이다. 동시에 과일의 신선도를 해치는 원인이기도 하다.

‘황금향’ 꼭지에 붙은 작은 스티커는 과일의 숙성을 촉진시키는 에틸렌 성분을 흡수함으로써 과일이 신선하게 산지에서부터 집으로 도착하도록 돕는다. 과일의 호흡이 90% 이상 꼭지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 스티커를 개발한 발명가는 과일 가판대를 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이러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재료는 소금,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아차! 싶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탓할 것이 아니었다.

과일의 종류에 따른 에틸렌 가스의 발생 부위와 최소 필요량을 측정하고,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른 추석 선물이 던져준 깨달음이다.

올해 추석은 유난히 빠르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추석은 하지로부터 73일이 경과한 시점이다. 하지는 음력 5월로 6월과 7월이 각각 29일 까지 있는 작은 달이라고 해도 음력 15일을 더해야 하니 양력 8월에는 추석이 오지 않는다.

아무리 빨라도 9월은 돼야하니 9월 13일 추석은 이른 추석임이 틀림없다. 윤달이 있어 늦어도 10월에서 마무리 되니 그 원리도 계산법도 과학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 아닌 것이 없다. 송편에 넣는 솔잎은 음식에 솔향을 더하는 것 외에 살균과 방부제 역할을 한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차례상 앞의 향(香)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할 뿐 아니라 악취와 해충들의 접근을 막는다. 음식을 차리는 상차림, 옷차림에도 음양오행의 과학과 함께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한번만 더 생각하면 모든 것이 과학인 것을! 조상들의 혜안을 닮고 싶은 날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