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시일이 꽤 지났는데도 많은 국민들이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하여 비감에 젖어 있다. ‘조국 가족에 대한 네버 엔딩 스토리(결코 멈출 수 없는 이야기)’라는 명칭으로 갖가지 부정적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불법, 탈법, 변칙, 비리, 거짓, 조작 등의 단어가 뒤범벅되어 쏟아지고, 실망, 허탈, 비난, 분노 등의 말이 서슴없이 뱉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양보하는 마음으로 수용하려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말이다. 한 달여간의 ‘조국’ 보도가 최순실의 10배, 29년치 뉴스 양일 정도로 정국을 뜨겁게 한 건이었으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고 기대에 어긋나는 결정이 내려졌으니 비판이 들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임명된 조국 법무부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국무위원 급 인사에 부적격자들을 추천함으로써 국회 청문회에서 16차례나 불통하는 소위 ‘인사참사’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청문을 받을 시는 부인은 딸의 동양대 표창장위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고 딸은 입학, 장학금, 논문저자, 인턴십 과정 등에서 위법 내지 특혜의혹이 거론되었으며, 친족들에는 사모펀드, 부동산 위장매매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 되었다. 그런가하면 법무장관 후보자가 소속된 서울 대학이나 딸의 입학 내지 근무 등과 관련이 있는 고대, 부산대 등에서는 제자 및 학생들이 집회를 갖고 조 후보자의 사퇴 및 임명불가를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전국 35여개 대학 190여 명의 교수들 또한 사퇴 및 임명불가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일부 민간 사회단체에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아시아 3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임명권자는 국가지도층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의견을 청취하였다. 그런데도 임명권자는 조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검찰개혁의 적임자이므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라며 임명장을 수여하였다. 그렇다면 왜 사회여론을 살피고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였단 말인가. 결정의 합리화를 위한 명분 쌓기였단 말인가. 아니면 외골수의 성격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이번 임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조 법무가 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종사했던 민정수석의 임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였는가와 핵심 소관 업무인 인사원칙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왔는가 이어야 했다. 그런데 조 수석은 인사원칙과는 상반되는 코드와 자기편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아왔다. 표면적으로는 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 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진영멤버들과의 유유상종으로 점철된 행적이었다는 것이다. 위장과 포장술의 재사였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고 자유민주주의자가 가장 경계하여야 할 반민주행태의 선두주자로 비치기도 하였다. 정의가 명확관화하고 국민과 사회 각계각층의 상식이 뚜렷한데도 국정최고책임자는 이에 부합되지 않은 그를 옹호하고 법무행정 최고책임자로 선택하였으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정의가 실종되고 상식이 파괴되었다는 것이 슬픈 것이다. 선택 받은 자가 선택한 사람의 선택 취지와 다르게 직무혼란 행위 및 위법, 불법의혹으로 얼룩졌고 도덕성에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면 이는 응당 징계나 문책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정의이고 상식인 것인데 오히려 상을 주었으니(장관임명) 이는 국정최고책임자로서 19대 정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을 스스로 배척한 것이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왜 그렇게 했는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정의의 실종, 상식의 파괴 현상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국민들은 위탁자이고 주인인 국민들이 수탁자이고 관리인인 공직자로부터 무시당한다는 것에 한없는 무력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정의와 상식은 사회를 지탱하는 혈액과 같은 것이다. 인간에 있어서 혈류가 막히면 생명이 끊어지듯이 사회에 옳고(시:是) 그름(비:非)이 가려지지 않고 보통사람들이 영혼으로 지켜오는 지식인 상식(常識)이 파괴되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정최고책임자는 실종된 정의와 무너진 상식의 복원에 진력하여야 한다. 회복될 때까지 속도와 지속성을 견지하면서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결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세간의 속설을 이용, 두루뭉실로 넘겨서는 아니 된다.

사회에는 향기가 물씬한 도덕성을 갖추고 주변관리가 잘 되어 있으며 능력과 소신을 구비한 인사가 무수히 존재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국정에 있어서 편견, 편애, 오기, 오만, 독주 등은 절대 금기사항이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이고 국민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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