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명절이란 전통적으로 그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날을 말한다. 이 명절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중국의 춘절, 일본은 오봉절, 필리핀은 만성절, 러시아는 성드트리 토요일, 베트남은 뗏 등 수많은 나라들이 명절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명절에 대한 생각이나 지내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로 그 진정한 뜻이 퇴색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의 추석은 어버이가 있는 사람은 술상을 올려 어버이를 기쁘게 하고, 어버이가 없는 사람은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는 날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곧 추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날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문화가 개인중심적인 사회로 변화되면서 명절이 부담스럽고 괴로운 날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명절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명절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상보다 현재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조상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가고, 조상 덕 못 본 사람들은 차례지낸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요즈음 중장년세대 남편들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보다도 아내 눈치 보느라 좌불안석이란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인데 좀 참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내의 분노가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여자들에게 명절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날이 되었다. 주부들은 명절 때만 되면 심신에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명절 때만 발생하는 이런 증상을 명절증후군이라 한다. 부담감과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두통과 소화불량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 장기간의 귀향과정, 가사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 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의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대부분 주부였지만, 최근에는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명절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는 산책과 일광욕,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 반신욕과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꼽는다. 김순종박사의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명절에 남녀 차별과 자아상실감을 겪는 사람이 많고, 가족끼리 신경전을 벌이거나 얼굴을 붉히고, 심할 경우는 이혼으로 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표면 아래 있던 반목과 갈등이 명절을 계기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명절은 간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시간이다. 가족 간이라도 너무 자랑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덕담을 보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거리 있으면 서로 눈치 보지 말고 같이 나눠서 하며 함께 십시일반 즐겁게 일을 하여야 한다. 돌아가신 조상이나 살아계신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고 효를 행하기 위해서 덕담을 나누며 친교 행사를 해야 한다. 자신들이 마련해온 삶의 결실을 축하하고 또 그런 삶의 중요한 도움을 준 조상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 전례되어온 명절이 아닌가. 정말 지혜롭고 잘 전래된 것이 명절이다. 앞으로는 차례를 남여가 함께 분담하고 차례음식을 구매하는 등 대폭 간소화하고 어른들 위주로 기존처럼 명절을 보내지 말고 아랫세대를 위해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모습 등을 보여야 한다. 명절의 형태도 시대 현상에 따라 점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웃어른과 남성위주의 가부장적인 불평등의 냄새를 지우고 여성과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명절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남녀노소 모든 가족구성원이 같이 일을 분담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명절로 인해서 오히려 가족 간의 사이가 멀어져서야 말이 되는 가. 가족이란 인간이 그 속에서 생명을 얻고 생명을 마무리 짓는 집단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가족은 인간이 인간답게 될 수 있는 이 지구상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이 참된 가족의 의미를 명절에 다시금 되새겨 행복한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돌아가신 조상들을 생각하는 마음 못지않게 지금 살아계신 부모, 웃어른, 친척들에게도 도리를 다해야 한다. 조상님들, 부모와 친척, 이웃과의 만남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가도 되돌아보고 보다 더 친밀한 사랑의 관계형성을 위해 정성을 쏟는 기쁘고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식어만 가고 각박해져만 가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정과 사랑이 넘쳐흐르고 서로 동족의식이 살아나려면 명절의 본뜻을 살려 감사하는 마음을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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