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란 충북중원교육문화원 주무관

임미란 충북중원교육문화원 주무관

[동양일보]충북중원교육문화원에는 청주 5인방이 있다. 청주 5인방은 청주에서 기차를 타고 다니는 5명의 직원을 말한다. 각자 청주에서 출발하는 기차역은 모두 다르지만, 도착역은 충주역이다. 충주역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기 때문에 바람같이 달려 기차 건널목을 단번에 건너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고 왔던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멈춰서 기다려야 하고, 그만큼 택시를 타는 시간이 늦어진다. 인원이 5명이라 택시를 2대로 나눠 탄다. 그중 연가나 출장이 있으면 택시 1대에 모두 함께 탄다.

오늘도 택시가 기차 도착 시각에 맞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먼저 줄을 선 사람들이 차례차례 택시를 타고 휙휙 기차역을 빠져나간다. 드디어 우리가 타는 순서가 됐다. 택시에 타자마자 “기사님~ 충북중원교육문화원요”, “어디요?”, “예성여고 앞에 있는 구 충주학생회관요. 중원교육문화원으로 바뀌었어요”

그때 기사님들의 기질이 나타난다. 온순한 기사님은 “아이고, 충주학생회관이 중원교육문화원으로 바뀌었어요? 언제요? 어제도 그쪽 다녀왔는데 그런 말 안 하던데? 암튼 다음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다혈질 기사님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번 버럭 화를 내시며 “아니 그러면 진작 충주학생회관이라고 말씀하시지. 그러면 누가 알겠느냐”고 외친다.

그 순간을 기다린 우리는 ‘중원교육문화원’이 새겨진 볼펜 한 자루를 넌지시 건네면서 “기사님! 처음부터 충주학생회관이라고 말씀드리면 중원교육문화원을 모르시잖아요. 다들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충주학생회관’이라고 했을 거예요. 기념품 받으시고 중원교육문화원 잊지 마세요”라는 귀여운 멘트로 마무리를 한다. 머쓱해진 기사님은 헛기침하며 조용히 운전에 몰두하고, 그때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물론 목적지를 바로 알아듣는 기사님도 계시다. 그럴 때는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이렇게 ‘중원교육문화원’을 알리기 위한 우리의 소소한 고군분투를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사실 올해 3월 1일자 조직개편시 충북도교육청 산하 직속기관 명칭이 다 바뀌었다. 다른 직속기관은 기존의 기관명칭 중 일부는 그대로 남아있어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북중앙도서관’은 ‘충북교육도서관’으로, ‘충북학생교육문화원’은 ‘충북교육문화원’으로 변경돼 비교적 수월하게 습득이 된다. 그런데 유독 ‘충주학생회관’ 만은 완전 환골탈태해 기존의 기관명칭과 전혀 다르다. 단 한 글자도 기존과 일치되는 글자가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완전 다른 새로운 기관! 그것도 충주시청 산하의 기관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난감했던 경우는 학교를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이다. 3월에 시작하는 학교지원프로그램이 많아 학교로 협조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경우, “거기가 어디죠?”라는 반응과 함께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나 ‘충주문화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충주를 비롯한 북부지역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선 학교 선생님들에게 중원교육문화원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충주학생회관에서 기관명칭이 변경됐다는 것과 도교육청 산하 기관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학교지원프로그램 홍보보다 시급한 것이 우리 기관에 대한 홍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외부로 나가는 모든 공문에 ‘2019.3.1자로 충주학생회관이 충북중원교육문화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를 넣었으며, 소통메신저 팝업창을 통한 홍보도 했다. 앞으로 ‘중원교육문화원’이라는 명칭이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지역주민에게도 우리 기관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필요했다. 물론 기관명칭 변경 전과 후로 현수막을 내걸어 홍보했다. 그러나 변경된 것도 모르고 습관처럼 문화원을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와 이미 익숙해진 명칭을 굳이 왜 바꾸었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이용자도 있었다. 행사를 통해 이를 홍보할 필요성을 느꼈다. 행사로 ‘중원교육문화원을 찾아라!’, ‘문화원 보물지도 완성’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여 기관명칭 변경도 알리고, 미션을 완성하면 기관명칭이 새겨진 볼펜, 물티슈 등 기념품도 드리는 깨알 같은 홍보들이 진행됐다.

추가로 택시 기사님을 통한 개별적인 홍보도 지역주민에게 기관을 알리는 홍보의 일환이었다. 충주시 곳곳을 누비는 기사님들의 힘을 빌려 ‘중원교육문화원’을 알리기 위한 우리의 소소한 노력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오늘도 청주 5인방은 기관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충주가 떠나가라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초록 바람이 부는 싱그러운 호암지를 지나, 호암지구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중원교육문화원’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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