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값은 35% 급등, 소비자 값은 아직 그대로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서민들의 먹거리로 사랑을 받아 왔던 돼지고기 값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폭등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당 6062원으로 전날(4558원)보다 32.9%나 급등했다.

특히 ASF가 발생한 경기도 파주에서 가까운 수도권 도매시장의 경매가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에 있는 도드람 공판장에서 돼지고기 경매가는 전날보다 ㎏당 59.8%나 폭등한 6658원이었고, 농협부천에서 경매된 돼지고기 가격은 전날보다 48.8% 오른 5995원이었다.

돼지농가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52시간 근무제 확산 등으로 인한 회식문화 감소, 식습관 변화 등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량이 감소했다. 이에 돼지고기 가격도 급락한 상태다.

실제 지난 8월과 9월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kg당 평균가격은 1만8000~1만9000원대로 평년의 2만1000~2만2000원대보다 낮은 상태다.

농가 입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돼지고기 값이 오른다면 좋겠지만, 공급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은 반기지 않는 편이다.

충북의 돼지고기 소비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라 소비가 감소한다거나 가격이 올라 멀리한다거나 하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의 대형마트인 롯데, 홈플러스, 이마트, 농협물류센터 등의 판매원들 중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사실 조차도 모르는 이가 있었다.

아직까지 돼지고기 가격도 별다른 변동이 없다.

청주 복대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모(52) 씨는 “오랜 시간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이들 특히 단골들은 콜레라든 구제역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손님이 많아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질병이 생겨 공급이 적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 돼지 구제역 등을 겪은 적이 있는 대부분의 식당들은 다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고깃집처럼 돼지고기 메뉴를 주로 판매하는 식당들은 걱정이 크다. 갑자기 메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된 돼지고기는 중간 도매상을 거쳐 1∼2일 뒤에 일선 대형마트나 정육점, 식당 등 소매업체로 유통된다”며 “도매가 상승분이 소비자가 반영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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