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례 만들어 부득이한 사정 구제”지침 줬지만 묵살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사례 1 : 공주시내에서 교통사고 후 현장보존을 위해 차를 세운 A씨. 보험사 직원을 기다렸는데 며칠후 집으로 날아온 '불법주정차' 과태료 통지서에 허탈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 사례 2 : 주행중 브레이크 파열로 이동이 불가능해 시내 길가에 차를 세운 B씨도 불법 주정차 과태료 딱지를 받았다. 속상하기는 마찬가지.

누가 봐도 '억울한' 두 사람은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공주시에 이들을 ‘봐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구제해줄 수 있다. 공주시가 행정 업무를 게을리 해 지금까지 규정 마련을 안했을 뿐이다.

19일 공주시 관계자는 ‘피치 못할 불가항력적인 사정’이 있더라도 이들의 과태료를 면제할수 있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발생할수 있는 다양한 사정을 감안해 질서위반행위규제법(16조) 및 도로교통법시행규칙(142조)에 의거해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 될 경우 이를 면제시켜 줄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2015년 12월 국민권익위에 의해서다.

권익위는 당시 ‘불법주정차 단속 의견진술 처리의 공정성 제고 방안’ 문건을 각 지자체에 내려주면서 기존 법규에 적시된 내용 외에 ‘기타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조례와 규칙에 담으라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권익위가 제시한 방안은 앞서 지적한 두가지 사례 외에 △이삿짐 차량 △도난기간 중에 단속된 차 △금융권의 현금수송 차 △기자들의 공공 업무 취재차 △선관위 유세차 △택배 등 단순물품 수송차 등을 포함한 총 14개 항목이다. 해당 사항에 맞는 서류만 갖추면 된다.

그러나 공주시는 4년 전의 이 지침을 무시한채 현재까지 과태료 부과에 대한 조례나 규칙을 안만들고 상위법만 따른다.

상위법에는 몇가지 면제사유가 있을 뿐 문제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수년간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공주시도 ‘특별한 사유’를 호소하는 경우 심사를 거쳐 일부 면제는 해줬다.

하지만 권익위 지침 같은 구체적 기준 없이 공무원들의 ‘판단’에 의존함으로써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인 해석도 가능해 실효가 떨어졌다.

공주시 같은 이유 때문에 전국 주정자 위반 과태료의 평균 면제율이 67.5%나 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권익위 조사에 의하면 면제율이 90%를 초과하는 지자체가 48개나 되고, 심지어 100%인 곳도 22곳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못한 권익위가 객관적 심의기구 설치 등 내·외부 검증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지자체에 ‘면제 사유 가이드라인’ 표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정차를 위반하게 된 시민들이 억울하게 과태료를 부과받는 일이 없도록 권익위 지침을 참고해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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