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설치·구비 기준 강화 필요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농어촌민박 시설 수가 숙박업소(공중위생영업) 수준까지 증가하고 상당수가 펜션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 안전기준이 미흡해 화재 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에 신고된 농어촌민박은 2만6578곳, 숙박업(공중위생영업)소는 3만957곳으로 지난해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도 농어촌민박 사업장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펜션형 숙박시설 20개소(농어촌민박 10곳, 숙박업소(생활) 10곳)를 대상으로 소방·시설안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밝혀졌다.

펜션(pension)은 법령상의 용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농촌·어촌·산지 등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숙박시설을 의미한다.

조사대상 농어촌민박과 숙박업소는 외관상 구분이 어려워 소비자들이 유사한 시설과 규모를 가진 펜션으로 인지하기 쉽다. 하지만 조사 결과 농어촌민박의 소방시설이 숙박업소의 소방시설보다 더 취약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소가 소화기, 화재감지기(단독경보형), 휴대용 비상조명등, 유도등, 완강기(3층 이상 10층 이하 설치), 가스누설경보기(가스시설이 설치된 경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농어촌민박은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단독경보형)만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으로 파악되어 관련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농어촌민박 10곳 중 6곳(60%)은 복합건축물로 숙박업소와 동일한 소방시설을 구비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임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이 농어촌민박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건축물은 하나의 건축물이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또는 위락시설의 용도와 주택의 용도로 함께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조사대상 숙박시설 20곳 중 12곳에 설치된 복층의 안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복층 계단 및 난간의 높이·폭·너비 등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실내건축의 구조·시공방법 등에 관한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가장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대부분 부적합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주로 침실로 사용되는 복층 12곳 중 6곳(50%)에는 화재감지기(단독경보형)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민박은 ‘농어촌정비법’, 숙박업소(공중위생영업)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방시설 설치기준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 `펜션’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예약 시 객실·비품 정보와는 달리 소방·안전 관련 정보는 사전에 제공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농어촌민박은 숙박업 수준으로 안전기준 강화 △숙박시설 예약 사이트 내 농어촌민박 표시 의무화를, 소방청에는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안전점검 강화 △복층 내 (단독경보형) 화재감지기 설치 의무화를, 국토교통부에는 △복층 계단 ·난간에 대한 규정 개선 검토를 각각 요청할 계획이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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