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청주서 처제 성폭행·살해 혐의로 무기수 복역
재판 기록 보니 상습 가족 폭행·협박 등 폭력적 성향

1994년 1월 18일자 동양일보 15면 보도 캡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경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이춘재(56)가 지목되면서 과거 그가 저질렀던 청주 처제 성폭행·살인사건도 재조명받고 있다. 살해한 처제의 시신이 스타킹 등으로 묶여 있는 등 이씨의 살해 수법은 화성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었다.

처제 살인사건은 1994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에서 당시 20살 대학교 직원이던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씨는 그해 1월 13일 오후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처제를 자신의 집으로 오게 한 뒤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이고 성폭행했다. 이후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둔기 등으로 처제를 때려 실신시키고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자신의 집에서 880m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시신을 유기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화성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하게 스타킹으로 꽁꽁 묶였고, 머리에는 비닐봉지를 씌우고 청바지로 덮여있었다.

이씨는 1991년께 경기 화성에 거주하다 이후 청주로 내려왔으며,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가 두 번째로 가출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평소에도 폭력적 성향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을 보면 이씨의 아내가 처음 가출을 시도했다가 돌아온 1993년 12월 17일 이씨가 아내를 마구 때려 하혈시켰다. 또 자신의 동서에게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고 협박했다. 처제를 살해하기 며칠 전 아내에게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은 다세대 주택 등이 밀집한 주택가에 있다. 인근 주민 상당수는 당시 사건을 잘 알지 못했다. 이씨가 시신을 유기한 철물점 야적장은 현재 새 건물이 들어선 상태다.

화성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는 피해자에게서 검출된 DNA에서 나왔다.

이씨는 이때도 범행 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당시 청주서부경찰서 형사계 감식 담당으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모(62) 전 경위는 “이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해 증거를 찾는데 며칠 밤을 세우고 사건현장을 이 잡듯 뒤지느라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 전 경위는 ‘범행 당일 새벽 피의자 집에서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를 듣고, 피의자 집 욕실 정밀감식을 벌여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DNA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DNA가 증거로 채택된 사례였다.

다만 당시에는 이 사건과 화성사건이 동일범 소행으로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해 경찰도 관련 가능성을 살펴보진 못했다.

1,2심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이 이뤄졌고, 뉘우침이 없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씨의 성폭행은 계획적인 것이 맞지만 살인은 우발적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대전고법은 대법 취지대로 사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는 화성 사건에 대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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