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겸 청주시 청원보건소 영하보건진료소장

장은겸 청주시 청원보건소 영하보건진료소장

[동양일보]최근 ‘부패 앞에 당당해지기’라는 주제의 청렴 교육을 받고 관련 연극을 한 편 보게 됐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유혹에 흔들려 부정을 저지르는 주인공을 보면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공연 도중 관객 중 한 사람이 지목돼 무대로 올라갔는데 “만약 이런 상황이 당신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주인공으로 올라간 모 과장님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답을 해주셔서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공직자들이 그 과장님처럼 대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모인 우리 모두가 처음 공직에 입문해 청렴한 공직자가 되겠다는 서약을 했던 그날을 기억하며 부패 앞에 당당하게 자기를 지킬 수 있길 바라본다.

오래전 병원 간호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발령이 나기가 무섭게 전에 같이 일했던 분께서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셨다. 병원에 자기를 좀 써 달라며 이력서를 가지고 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마냥 옛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가 내민 이력서를 본 순간 그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리고 정중히 거절을 했던 기억이다. 그 일로 인해 서로 만나면 반가웠던 사람이 지금은 전혀 연락을 못하는 사이가 됐다. 그와 나, 우리가 껄끄러운 사이로 전락하고 급기야 단절을 경험하면서 어떤 청탁이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숙제다.

공직에 입문해 보니 청렴 관련 교육이 강조되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게 된다. 퇴직하는 그날까지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를 바르게 지키는 일, 원칙을 지키는 일이 청렴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요즘 뉴스에 공무원들의 일탈 행위들이 자주 보도되는 걸 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공무원 행동 강령 위반이고 자질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공부하느라 많은 날들을 투자해왔는데 한순간의 욕심으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몇 개월 전 청원보건소가 선배 공무원(멘토) 한 명당 4명의 신규 직원(멘티)을 ‘청렴 파트너’로 연결 지어줬다. 신규 직원들의 청렴의식 함양 및 부서 내 자율적 청렴 실천 분위기 조성과 직원 간 유대감 형성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청렴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멘토 중심으로 청렴 실천 방법, 태도, 가치관 등을 공유하면서 효율적인 실천방법과 문제해결 방법 및 애로사항 등을 상담을 통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잘 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청렴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길러서 큰 나무가 되길 희망한다. 가뭄에 물을 주고 냉해로부터 농작물을 품어주는 농부의 마음으로 청렴 멘토가 돼 끊임없이 불어오는 비리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든든한 나무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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