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달포 전 추석 명절을 맞아 매우 행복했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 인척과의 만남은 즐겁고 맛난 음식에 반주는 행복을 배가시켰다. 좋은 사람과 보고픈 사람을 만나 좋은 음식으로 함께하니 그런 듯 하다. 허나 음식도 구별함이 필요한 듯 하다. 행복한 부부도 궁합이 맞아야 행복하듯 음식도 궁합이 맞아야 건강을 보장해 준다. 건강을 위하여 먹는 음식이 몸에 해가 되서는 안 된다. 올 여름 맛있게 먹는 음식중 하나로 몸보신을 위하여 옻닭이 아닌 옻순 간장절임을 맛나게 먹었다. 하지만 옻을 타서 고생을 하였다. 옻이 올랐다라고도 하는데 분명히 유년시절은 괜찮았는데 성년 이후 옻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몸이 신호를 보낸다. 옻은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 사람마다 내성을 지닌 면역력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데 이것을 잊고 살다가 옻순 튀김, 부각, 초간장절임 등을 먹기만 하면 고생을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남도지방에서 올라온 목포 산 홍어회를 먹었다. 내륙지방 혹은 위쪽 지역사람들에게 먹기 좋게 홍어를 덜 삭힌 순한 것을 먹었다. 지인을 통하여 맛있는 홍어를 삼합에 갖추어 먹다보니 홍어의 제 맛을 보는 듯 했다. 홍어삼합(斑鳐三合)이란 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 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함께 먹으면 톡 쏘는 홍어의 맛이 최고의 음식과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고 한다. 삼합에는 막걸리가 잘 어울려 가덕막걸리와 함께 하는 삼합은 산해진미(山海珍味)중 별미 이다. 정말로 맛나게 먹은 음식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으며 나중에도 그 맛을 찾는다.

그렇다면 옻이란 무엇인가? 옻은 옻나무에서 나는 진으로 처음에는 회색이지만 물기를 없애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옻 중독(Lacquer poison)은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에 의해 일어나는 접촉성 피부염으로 칠창(漆瘡)이라고도 한다. 옻나무에 직접 닿거나 옻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해서 피부염이 발생하며 원인으로 옻나무의 진액이 페놀 계통의 항원을 갖고 있어 피부염을 종종 발생시킨다. 옻은 모든 사람에게 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항원에 예민한 사람에게만 발생한다. 옻에 한번 예민해진 사람은 다시 옻에 접촉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매번 발생시킨다. 옻을 먹은 경우에는 온몸에 피부염 증세가 나타나고 구역질과 구토 어지러움 증을 호소하고 항문 및 회음부의 가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옻은 여성 질환개선, 항암효과, 천연살충제, 방부제, 염증 완화와 어혈제거의 효과가 있다.

홍어(洪魚)는 가오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몸은 마름모꼴이고 너비가 매우 넓고 머리는 작고 주둥이는 돌출되어 있다. 눈은 작고 등의 중앙에는 작은 가시가 있으며 몸길이는 150㎝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목포 영광 인천 등지의 연해에 많으며, 현존하는 지리지 중 가장 오래된 경상도지리지에 울산군의 토산공물로 실려 있고, 세종실록지리지 토산조에는 홍어(洪魚)라 기재되어 있다. 우리 민족은 홍어를 어획하여 이용한 역사가 깊으며, 홍어는 전라도지방이 일품이다. 홍어는 뼈 없는 생선으로 살이 풍부하고 맛이 고소하며 뼈는 연골이라 뼈째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삭힌 홍어는 막걸리와 함께 먹는 홍탁이 유명하다

맛난 음식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세상 사람들과의 만남 궁합은 음식궁합 만큼 중요하다. 사람은 있을 때 존중하고 없을 때 칭찬하라고 한다. 사람에게 맞는 음식은 건강을 보하지만 맞지 않는 음식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몸을 해한다. 좋은 음식은 궁합이 필요하며 만난음식만 먹는다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명절에 맛나게 먹은 옻이 옻 값을 제대로 하고 홍어도 홍어 값을 제대로 한다. 인생은 순자의 성악설보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믿으며 사람은 본성은 착한데, 험악한 세상을 살면서 변한다고 믿고 싶다. 좋은 음식은 때가 있고 계절이 있다. 한여름은 삼계탕 냉면이 좋고 겨울에는 뜨끈한 떡국이나 동지팥죽이 제격이다. 홍어는 계절을 타지 않고 분위기를 타는 음식인 듯하다. 순리를 따르는 삶이 행복하듯 음식도 계절에 맞는 제철음식과 궁합이 맞는 음식을 우리가 섭취할 때 건강이 배가 된다. 따라서 좋은 재료의 비싼 음식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제철음식이 최고의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섭생에 유념하며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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