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1980년대 후반 전국을 뒤흔들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994년 청주에서 발생한 처제 강간살인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특정한 이모(56)씨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91년 10차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뒤 청주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4년 1월13일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청주시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처제(당시 19세)를 불러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처제가 자신을 원망하자 범행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둔기로 처제의 머리를 4차례 내려친 뒤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고 집에서 880m 떨어진 곳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인 스타킹과 끈, 속옷 등으로 숨진 처제의 몸통을 묶어 유기했다.

이씨가 이 사건 전에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6년 동안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반경 2㎞ 안에서 발생,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온 국민의 관심과 두려움을 불러왔던 이 사건은 이후 크게 발전한 과학수사 기법의 도움을 받아 첫 사건 발생 후 33년이 지나서야 진범 확인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당시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가장 많았고 수사대상자가 2만1280명, 지문대조자 4만116명 등 기록도 최고치다.

이 사건은 2003년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돼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미 13년 전에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이 잡혀도 처벌이 어렵지만 정의 실현과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고 여러 제보에 대해 사실확인을 계속함으로써 사건은 반드시 해결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DNA 분석 기법의 발달로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증거를 통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게 된 점은 범죄 없는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 남아있는 수많은 미제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