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2015년 이후 다문화가정 가정 폭력 검거현황'을 보면 대전·충북·충남에서 최근 5년 동안 다문화 가정폭력 검거 건수가 320건으로 조사됐다.

대전은 2015년 23건, 2016년 32건, 2017년 24건, 2018년 22건, 올해 상반기 17건 등 118건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94건으로 조사됐다. 2015년 12건에 불과했던 다문화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2016년 19건, 2017년 16건, 2018년 3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도 17건이나 발생해 다문화가정 구성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은 108건에 달했다. 2015년 28건, 2016년 27건, 2017년 25건, 2018년 19건, 올해 상반기 9건 등 감소 추세다.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결혼이민자와 귀화자의 80%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에 집중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한국에 온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중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한국인 부부의 가정폭력보다 무려 3.5배 이상이다.

폭행과 협박, 성적학대, 언어적 폭력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10여 년 간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주여성은 19명에 달한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그러나 한국 국적 취득 애로 등 신고에 따른 불이익, 이웃과 친구·친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하거나 남편 처벌을 원치 않아 신고를 꺼린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정 내에서조차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참담하고 부끄럽다.

지난 7월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동영상이 전 세계로 유포되면서 경찰청장과 국무총리가 베트남정부에 공식 사과하는 등 ‘한국은 결혼이주여성을 이유 없이 때리는 나쁜 나라’ 오명을 썼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른 농촌 인구절벽 등으로 다문화가정은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문화가정 특성상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신고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홍보·교육은 물론 이들이 우리사회에 안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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