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홍 충북농업기술원 홍보지원팀장

[동양일보]13호 태풍‘링링’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10일 충북도에 의하면 태풍에 의한 충북도내 농작물 피해가 500ha가 넘었으며, 괴산군의 피해는 100ha에 육박했다고 한다.

추석 연휴 이틀전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괴산군 연풍면에서 태풍에 의해 떨어진 사과를 제거하기 위한 일손돕기에 참여했다. 일손돕기 현장으로 가는길에 쓰러진 벼와 낙과된 과수원이 쉽게 눈에 띄었다. 우리가 방문한 사과과수원 바닥에도 온통 붉은빛 백열전구가 나뒹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떨어진 사과는 올 가을 농장주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줄 희망인데, 작업 안내를 하는 젊은 농장주의 표정은 사뭇 어두워 보였다.

지난 5월부터는 과수화상병이 사과 재배농가를 괴롭히더니 이제는 태풍이 농업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일손돕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경험에 의하면 비바람, 가뭄, 태풍 등 온갖 풍상를 겪고 늦가을에 수확한 중만생종 사과가 조생종 사과보다 훨씬 달고 시원하다. 우리 인생도 태풍을 이겨낸 사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과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한 삶이야 말로 박수 받을 만한 인생이 아닌가

1991년 일본 아이모리현에 태풍이 불었지만 낙과되지 않은 사과를‘합격사과’로 상품화해서 수험생들에게 10배의 가격에 판매했다고 한다. 태풍에 견딘 사과가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수험생들은 태풍을 견디어낸 사과에 합격의 행운을 빌었을 것이다.

이번 태풍을 겪으며 기상이변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대비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기상청의 관측자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날씨와 구체적인 재해정보를 미리 받아 볼 수 있어 농업인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조만간 우리지역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기상재해 유형별 극복사례를 포함한 농작물 및 시설관리 매뉴얼을 제작 보급하고, 농업인들이 그대로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평소에 익혀 몸에밴 지식이 위기에 직면했을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도 적극 가입해야 한다. 이번에 피해를 많이 본 충북의 사과와 배의 보험가입율은 5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농가의 경영불안을 해소하며 안정적인 재생산 활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금년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참 달고 맛있을 것 같다. 그 모진 풍상을 다 겪었으니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사과 한 상자 사들고 집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태풍을 이겨낸 사과 이야기를 들려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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