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돼지 흑사병'으로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충청도 지역에서 첫 의심사례가 신고되면서 경기.인천 방역막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오전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한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진은 물론, 의심 사례가 서울 이남 충청권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신고 이후 인력을 급파해 주변을 통제하는 한편 전면적인 소독 조치에 나섰다.

이곳에서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경북 김천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 가져가 정밀검사를 거쳐 아프리카돼지열병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심 사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된다면 이달 17일 이래 발생 건수는 모두 10건이 된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최종 판명된다면 인천∼경기∼강원으로 이어지는 중점 방역 라인이 뚫렸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7일에는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의 농장에서 27일 돼지열병이 확진됨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한 이 가축 질병은 9건으로 늘었다. 최초 발병일로부터 11일 만이다.

강화군은 지난 나흘간 매일 한 건씩 확진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발생 시점이 엇비슷해서 바이러스가 일정 기간 대량 유입되어 강화군 전체로 번진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돼지 농가들이 비교적 좁은 곳에 몰려 있어 빠른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돼지열병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 당국은 언제, 어떻게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돼서 어떤 매개체와 경로로 퍼지게 된 것인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면서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멧돼지나 멧돼지의 분변 등이 떠내려와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증거가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차 중점관리지역(경기·인천·강원 전역)을 벗어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초 바이러스 유입과 확산 경로, 감염 매개체 등을 파악해 효율적인 방어선을 구축해야만 이번 재난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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