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현재 진행 중의 이야기”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 감독이 충북여성문화제 영화상영회 ‘감독과의 대화’를 마치고 롯데시네마 성안점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영화 ‘김복동’은 처음부터 기획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파도처럼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작품입니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그 무게가 무거워짐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다다르게 됐습니다. 근현대사 100년의 살아 있는 증인이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찾고 싶어 하는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또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영화이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넘어 인권운동가이자 평화활동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고 김복동(1926~2019) 할머니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43) 감독이 지난 28일 충북여성문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직접 전한 말이다.

다큐 PD인 송 감독의 영화 데뷔작 ‘김복동’은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싸웠던 27년간의 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줄곧 김복동 할머니의 삶의 궤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지만, 어느덧 느껴지는 먹먹한 아픔은 결코 ‘뻔하지 않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8월 8일 개봉한 영화 김복동은 개봉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즈음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막을 내렸지만 자치단체, 기관, 공동체 등의 영화 상영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송 감독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 각지의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KTX에 몸을 싣는다고 한다.

지난 28일에는 충북여성문화제 영화상영회에 폐막작으로 ‘김복동’이 선정되면서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청주 관객들을 만났고, 오는 10월 23일에는 청주YWCA 진천돌봄센터 주관으로 진천 관객들을 만난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옥천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송 감독은 “청주 관객들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개봉 전 7월 23일 첫 시사회를 청주 롯데시네마 성안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 여성문화제를 통해 청주에 다시 초대돼 감회가 새롭다”고 웃어보였다.

첫 시사회부터 이번 충북여성문화제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만 50여회. 약 2달간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감독이 직접 관객을 찾은 셈이다. 그는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가 관객에게 상영이 되고 감독은 관람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공유하고 감동을 주고 받을 때,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송 감독은 17년차 다큐멘터리 PD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 MBC 시사교양국 독립PD로 방송용 다큐멘터리 연출가로의 삶을 시작한 그는 케이블 TV 경제채널 이데일리를 거쳐 현재 독립언론 뉴스타파 PD로 활동중이다.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세월호 1주기 다큐-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등을 연출, 민감한 사회 문제를 거침없이 다루며 28회 한국PD대상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고, ‘친일과 망각’, ‘훈장과 권력’ 등을 제작했다. 특히 BBK 사건을 다룬 ‘거짓말로 끝난 이명박 신화’는 유튜브 128만뷰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드러난 이야기가 아니라 드러난 것 이면의 이야기가 늘 궁금하다”며 “김복동 할머니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이유도 인권운동가로서의 투쟁 이전에 인간적 나약함이 있을 것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김복동’은 우리가 꼭 알아야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현재 진행중의 이야기”라며 “이번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문제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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