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김동신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김동신 청주시흥덕구환경위생과 주무관

 

요즘 내가 하루 중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이거! 이거!”이다.

19개월 된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리키며 하는 말이 ‘이거!’다. 한창 말을 하고, 말을 배우고 싶어서인지 이것저것 가리키며 나의 반응을, 대답을 원한다.

지난해 1월 아들이 태어나고 19개월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게도 지났다. “응애!” 소리와 함께 태어난 아들은 눈도 못 뜨고 울기만 했다.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자고. 하루 종일 하는 거라고는 먹고 자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아빠 손을 잡고 물건을 가리키며 아빠랑 같이 웃고 있으니 참 신기하다.

아들이 ‘이거’라는 단어를 어느 순간 ‘뿅!’하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어나 얼마간은 시력도 없어 그저 소리와 냄새에 반응할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이 생기면서 엄마 아빠를 보기 위해 눈동자도 돌려보고 힘이 생기니 고개도 돌리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만지기 위해 손을 내밀어 보고 매일 보던 천장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뒤집기를 위한 용쓰기를 끊임없이 하는 아들을 봤다. 뒤집고는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짜증도 부리고 울기도 하고. 그렇게 10일 가량을 온 힘을 다해 연습을 하더니 태어나고 79일째 뒤집기에 성공! 지금은 열심히 뛰어다니며 아빠 손을 잡고 “이거, 이거”하고 있는 아들이 참 신기할 뿐이다. 나도 태어나서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아들은 “이거”를 위해 매일매일 엄청난 노력을 했을 텐데, 나는 지난 19개월 동안 나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뒤집고, 기고, 붙잡고, 서고, 걷고, 뛰고. 또 알아들을 수도 없는 수많은 옹알이들이 오늘의 ‘이거’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난 아들에게 참 부끄러운 아버지인 것 같다.

아들이 태어난 지난 1월 나는 상당구청에서 흥덕구청으로 인사이동됐다. 당연히 업무도 바뀌었다. 초임 때 같은 업무를 2개월간 한 적이 있었지만 3년이 지나서 다시 하려니 처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출발은 나와 아들이 같았다. 아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 배우고 있다. 생존을 위한 배움이었을 것이리라! 그럼 나는 생존을 위해(나에게 생존은 민원인보다 더 해박한 법에 대한 지식이며, 그에 대한 적용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했는지, 지금의 이 자리에 안주하고 싶어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하고 있는 이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묻고, 노력했는지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되돌아보면 대답은 늘 나에게 채찍질을 하게 한다. 내가 퇴직할 때 아들에게 “환경에 대해서는 아빠가 전문가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려 노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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