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백경미 옥천교육도서관장

[동양일보]옥천교육도서관의 가을은 모루문학관 나들이로 그 시작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의 정신과 삶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행복한 추억 만들기도 좋은 독서테마여행 이었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독서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도서관 가족 중 선착순 40명과 함께 탐방길에 올랐는데 이날은 날씨도 한껏 거드느라 쾌청했다.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고 빚어낸 녹색의 드넓은 평야를 달려 도착한 논산에는 ‘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김홍신 문학관이 있었다. 올 6월에 개관한 따끈따근한 문학관으로 타문학관과 달리 72억원 전액을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지어졌다는 것과 여전히 활동하는 생존 작가의 문학관이라는 것이 특이했다.

가로 세로 어디로나 빛과 바람이 자유로이 들고 날 수 있도록 한 독특한 건물 외관이나 인류에 조금이라도 선한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나 바램이 작품에 담겨져 있어서 바람으로 지은 문학관이라 불리나 보다.

차에서 내린 독서가족을 제일 먼저 환영해준 것은 건물 중심에 위풍당당 서있는 모루라는 실제 조형물이었다. 대장간에서 달군 쇠를 두드릴 때 쓰이는 받침 쇳덩이로 세상을 떠받치는 버팀목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진 작가의 호와 그 의미를 같이 한다. 도서관을 찾는 모든 아이들이 각자 꿈꾸는 형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서관이 그 지지대 역할을 하는 행복한 모루가 되었음 하는 바람하나 품게 한다. 찬찬히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에너지가 느껴지는 신비한 모루이다.

1층과 2층의 한 면은 원형 모양으로 터져있어 마치 코엑스 별마당 서점의 축소판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무한 즐거움을 준다.

고개를 들어 진열된 책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니 216권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고 맨밑 남겨진 빈칸은 앞으로 더 쓸 책들의 전시공간이라고 하니 칠순을 훨씬 넘긴 노작가의 저력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중장년 세대에게 기억되는‘인간시장’의 장총찬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 싸워 통쾌함을 안겨준 그 시대의 영웅이었다. 대한민국 최초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을 하게 한 어마어마한 소설이자 작가의 대표 출세작으로 대변되는 것이라 그런지 1층 상설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 보니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세상과 공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김홍신문학관의 낙관이 찍혀있는 원고지에 쓰고 싶은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가판대가 준비돼 있었는데 아이들은 저마다의 바람과 마음들을 원고지에 빼곡히 적어 인증 샷까지 날렸다. 무어라 적었을까?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와 그때의 감정을 다시 훑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쩌면 김홍신 작가를 능가하는 미래의 노벨 문학가가 되어 바람이 있는 이곳을 다시 찾지는 않을까? 웃음이 번지는 기분 좋은 상상이다.

깊어가는 올가을, 도서관과 함께 책향기에 물드는 독서문화를 즐겨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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