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요즈음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들어보면 꼭 다른 나라에 와서 외국어를 듣는 기분일 때가 종종 있다. 거기다가 비속어나 욕설이 자주 등장한다. 외래어, 외국어를 남용하거나, 비속어, 은어, 신조언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거나, 인격을 비하하는 부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뒤틀린 우리말을 쓰거나, 있지도 않은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이 되었다.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내는 인격’이라는 인식은 잊혀졌고 바른 우리말 사용을 호소하는 외침 역시 한글날 전후에만 어렴풋이 들릴 따름이다. 바른 말 고운 말 사용은 청소년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 되었다. 일상생활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통신언어 사용이 활발하다보니 지못미, 레알, ~드립 등의 은어와 씨발, 존나 등의 욕설을 일상에서 쓰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은어뿐 아니라 비속어 사용도 심각한 수준인데, 비속어를 사용하는 연령대가 점점 유치원아이들까지 번지고있는 것이 문제이다. 친구들과 통하는 그들만의 은어나 비속어를 쓰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탓에,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비속어 사용에 그다지 주저하지 않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그것이 왜 잘못인지 알지 못한다. 곱고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의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고운우리말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중에서도 욕설이 점점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욕설은 상대방을 모욕할 때에 쓰이는 언어와 행동이다. 타인에게 모욕을 주기 때문에 점잖지 않고 도덕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면 행동도 욕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손가락으로 욕을 하거나 삿대질 등이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보통 친밀한 관계에서 욕설을 자주 사용한다. 그렇지만 욕설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모범적인 청소년들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폭력을 자주 접하게 되면 자신을 존중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 근래 청소년의 욕 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영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영화에 조직 폭력을 다룬 영화가 약 10여 년 이상 일정한 흐름을 형성했는데, 그 중에는 학교와 조폭의 결합을 다룬 것들이 적지 않았다. 영화에서 욕들은 충동적 기제를 극대화 한다. 그리고 감정 배설의 도구로 쓰인다. 당연히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욕설은 모방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또 쉽게 상투적이 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또한 조폭 영화가 코믹이라는 장르와 결합되고 흥행함에 따라 욕설․비속어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재생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욕설․비속어가 증가한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성인에 비해 청소년이 더욱 강한 폭력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상당히 우려 할 만하다. 욕이야말로 잘해도 본전이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욕은 궁극에는 욕한 자신이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팔 걷고 거센 욕설로 해 붙일 때는 내 입에서 나온 욕이 상대를 향해서 통렬하게 날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욕이 고스란히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욕으로 얼룩지는 싸움에는 절대로 이기는 사람이 없다. 물론 얻는 것도 없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도 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오욕뿐인 상처’를 면하기 어렵다. 옛말에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지만 그 반대로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입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껴야 좋은 것은 무심코 내뱉는 나쁜 말일 것이다. 나쁜 말은 입술에서 1초도 머물지 못하지만 상대방 가슴에는 비수가 되어 평생 머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고운 말 한마디로 만냥 빚을 갚고, 반대로 막말과 욕설 한마디가 상대편 심장에 박혀 재앙을 불러오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막말과 욕설의 무덤을 하나씩 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허준이 쓴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아니하면 아프다고 했다. 우리들의 희망이요 꿈나무들인 청소년들 입에서 상소리와 욕설, 비속어가 만연하면 미래의 사회질서가 혼란하게 되여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곱고 아름다운 말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아름다운 말을 쓰는 것도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운 말 사용과 올바른 언어소통으로 온 마을이, 온 나라가 세대간, 남녀간, 지역 간, 계층 간 화기애애한 소통의 꽃을 활짝 피워 밝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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