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정상 생활 못해… 서울에선 '회복불가' 절망적 소견" 분통
기흉·과잉시술 등 시민들 피해제보 잇따라… "빗나간 인술" 비난

지난 4월 청주P병원에서 허리시술을 받다가 신경이 끊어지는 의료사고를 당한 A씨가 6개월 동안 병원에 방치돼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들의 모습.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속보=최근 비급여시술 강요로 논란이 되고 있는 청주P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50대 환자가 반 년 동안 병원에 입원한 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9월 19일·26일자 1면

지난 4월 허리통증으로 청주P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A씨는 시술 중 신경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 괄약근 조절이 안 되고 소변을 볼 수 없는 장애를 얻게 되면서부터 병원생활을 하게 됐다. A씨는 신경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사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6개월간 입원 중에 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는 상태다.

A씨는 “성격상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루도 지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이 지경이다 보니 일상생활이 힘들어 병원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처음 3~4개월간은 그래도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았지만 5개월이 넘어가다 보니 체념 속에 하루하루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술을 한 P병원에선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경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해 지금까지 입원해 있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이미 신경에 손상이 생겨 평생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태’라는 절망적인 의사소견을 들었다”며 “이틀 뒤면 입원한지 벌써 만 6개월이지만 딱히 치료방법이 없는데다 병원에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청주P병원 측은 “마음대로 대소변을 볼 수 없는 A씨가 입원치료를 원했기 때문에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병원에선 포기해도 우리병원에선 단 1%의 가능성을 보고서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와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2인실을 혼자 쓰도록 배려했다”며 “하루빨리 A씨의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청주P병원에서 시술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척추협착증으로 청주P병원을 찾은 B씨는 수술이 아닌 간단한 시술(경피적 풍선신경공확장술 및 신경유착박리술)로 좋아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대로 시술을 받았다가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흉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느껴 대학병원에 1주일간 입원했다가 다시 허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B씨는 “의사의 권유로 400여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아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만 했다”며 “더욱이 시술한 뒤 기흉이 생겼는데도 병원에선 시술 1개월 전 한의원서 맞은 침 때문에 생긴 것 같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후 서울의 유명정형외과에서 다시 진료를 받아본 결과 이미 시술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의료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이 병원을 상대로 잘못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장삿속에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사람의 몸을 갖고 장난치는 일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질적 퇴행성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C씨는 지난 6월 ‘간단하고 즉각적인 비수술 치료로 통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병원광고를 보고 혼자서 청주P병원을 찾아가 500만원이 훌쩍 넘는 비급여 시술을 받았다. 당시 C씨는 실비보험이 없어 순전히 현금으로 시술료를 부담해야만 했다. 그러나 병원의 말과 달리 별다른 차도가 없어 다시 병원을 찾아가 따졌지만 이번엔 또 다른 부위를 치료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사실 C씨는 이미 여러 대형병원에서 수차례의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았고, 고령이기 때문에 더 이상 수술을 해도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안 되는 상태였다. 더욱이 해당 병원에선 80대 중반인 C씨가 혼자 왔는데도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원스톱으로 시술을 진행했다.

앞서 2017년 7월 허리통증으로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기 위해 같은 병원을 찾은 D씨 부부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담당의사가 X-ray촬영 결과만을 본 뒤 무조건 시술을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부부는 이상한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고, 다른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견인치료 등을 받고 완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장삿속에 물들어 효과가 크지도 않은 비급여 시술을 과대 포장해 환자들을 유인, 폭리를 취하고 있는 병원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의료법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기준이 명확치 않은데다 비급여 시술에 대한 적정금액자체가 책정되지 않다보니 몸이 아픈 환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글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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