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어느 집회든, 행사든 참가자 수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누가 뭐라든 참가자 없는 집회나 행사는 초라하기 마련이다. 주최 측이 참 가 인원에 목 매는 이유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두고 벌이는 공방은 치사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28일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서울 서초동 촛불 문화제의 규모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공방이 그렇다.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집회 신고 인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검찰청사 앞 도로 10차로를 꽉 메운 시민들은 사법적폐 청산, 공수처 신설, 검찰 개혁을 외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 인원이 100만명 이라고도 하고 200만명이라고 한다. 10만 개의 촛불이 켜진다고 한 말에 대해 사과드린다. 국민의 뜻은 훨씬 더 단호하고 분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한국당은 부풀리기라며 반박했다. 박성중 의원은 많아야 5만명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렸다. 현장에 조국 사퇴 시위대와 서리풀 축제 참가자가 혼재돼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200만 명대 5만 명. 무려 40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의 집회 참가자 계산법 ‘페르미 추정법’은 단위 면적당 인원수와 집회 면적을 곱해 참가자 수를 추정한다. 즉 3.3㎡(1평)당 앉으면 5~6명, 서면 9~10명에 집회구역 면적을 곱하는 식이다.

박성중 의원은 이 계산법을 이용해 누에다리~서초역 면적 2만2400㎡를 곱해 3만3000명에서 5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에 유동인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정시점에 모인 사람만 집계하다 보니 일찍 다녀간 사람과 늦게 온 사람이 제외된 것이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은 집회 시작 후 잠시라도 참여했다가 간 사람도 포함하는 ‘연인원 집계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집회 규모가 크다는 것을 선전하고픈 주최 측과 무조건 규모를 줄여 상대 집회를 폄훼하려는 반대 측의 이해가 맞물려 논란을 키운다는 점이다.

집회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진영간 첨예한 갈등을 빚는 집회일수록 더욱 심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촛불집회 참가인원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촛불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규모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은 괜한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집회 참가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학교수가 서초 촛불집회 참가인원이 100만 명이 넘을 수 있다는 이론을 펴 주목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는 집회장소 면적과 인구밀도만 따지는 경찰의 고정인구 집계방식에 유동인구를 더해 참가인원을 도출한 것이다. 전체 집회 면적 10만㎡(서초역~가톨릭대 앞 길이 2㎞×도로 폭 50m)=약 30만명과 0.23㎡당 1명으로 밀도가 더 높다면 43만명까지 동시 참여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다. 여기에 총 집회시간이 6시간이고 한사람이 머문 평균 시간이 2시간이면 같은 장소에 다른 시간동안 3명이 참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유동인구를 고려한 전체 집회 인원은 동시 참여 인원(페르미 추정법)의 3배가 된다는 것이 원 교수의 이론이다.

자유한국당은 서초동 촛불집회에 맞서 3일 광화문 광장에서 1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도 오는 5일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집회 참가자 수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원 교수의 이론이 참가인원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분명한 것은 서초 촛불집회 참가인원이 주최 측이나 민주당, 한국당 등 국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쯤 되면 참여 시민이 몇 명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참가인원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 보다는 집회가 주는 메시지, 시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