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청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구내식당에는 잔반통이 없다.

‘수라간’이라는 고운 우리말로 이름 붙여진 이곳에선 그래서 음식을 배식 받을 땐 자신이 먹을 만큼만 받아야 한다. 부족할 땐 얼마든지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지만, 넘치게 음식을 가져오면 남길 수가 없어서 낭패다. 배가 불러도 다 먹어야 한다.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이곳의 이용자들은 몇 번의 경험 끝에 딱 자신에게 알맞을 만큼의 음식만 가져다 먹는다.

이런 일이 습관이 된 것은 미세먼지 발생에 생활쓰레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통계에 따라 이순희 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솔선수범하면서 ‘나부터’ ‘작은 일’부터 실천하자고 제안해 이뤄진 일이다.

지난달 27일 충북여성정책포럼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주위에서 비슷한 포럼들이 열리곤 하지만 이번 포럼은 준비하는 사람들의 자세부터 남달라 눈길을 끌었다. 행사 전 주최 측은 쓰레기처리장을 직접 답사해 현장을 확인하고, 포럼 참석자들에게는 개인용 텀블러 사용을 부탁드린다는 안내를 공지했으며, 행사장 이마에 붙인 현수막은 종이로 제작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일들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세먼지와 관련된 세미나에 참석해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5년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기정체일수는 60~70일이었던데 비해 2016년엔 135일, 2018년엔 220일로 급격하게 증가된 통계는 기후위기가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며, 미세먼지 조기사망률 수치는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갖게 했다.

WHO 통계에 의면 주어진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아깝게 조기 사망한 사람들이 2016년에만 중국이 115만명, 미국이 7만7750명, 일본이 5만4780명, 한국이 1만5825명이나 된다. 이 숫자만으로는 외국에 비해 한국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인구 10만명 당으로 계산하면, 중국 81명, 일본 43명, 한국 31명, 미국 24명으로 한국의 사망률이 미국보다도 높고, 중국이나 일본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생명과 직결된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에 개인이 동참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특히 우습게 보이는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부터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자는 것이 이번 포럼의 주요 목적이었다.

소소하지만 새롭게 인식하게 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고 실내만 깨끗하게 하면 괜찮은 걸까? 대형빌딩들이 기계장치인 공기순환기로 공기를 순환시킬 때 실외로 내보내는 나쁜 공기는 어디로 갈까? 그 공기순화기가 노후됐을 때도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가 깨끗할까?

마스크를 쓰면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1회용 마스크를 쓴 후 버려지는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까?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를 줄이려고 전기차 수소차를 대체하는데, 전기차 수소차는 과연 미세먼지 배출에서 자유로울까?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연료는 무엇일까? 원전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동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닌가? 전기차는 배터리가 무거워서 바퀴가 노면에서 마모하는 면이 더 넓기 때문에 타이어에서 나오는 먼지가 더 많지 않을까? 여름철, 상점들이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곳은 어찌할까? 에어컨 냉장고 청정기 이 모든 기기들이 수명을 다하면 소각을 한다. 소각장 발암물질이 전국 4위인 충북에서 소각장의 발암물질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제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남의 동네로 보내는 것이 옳은 일인가? 자신들이 배출한 쓰레기는 자신들이 소화해야 된다. 소각장도 그 도시에 함께 세워야 한다. 등등

쉽게 끝나지 못했던 이 날 토론의 결론은 우리 모두 ‘에너지를 줄여쓰자’, 그러기 위해선 ‘불편함을 즐기자’와 각자가 ‘1인 발전소’가 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 자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개선을 한다는 것은 성찰이 가능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자각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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