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자백 5건 중 2건 청주서…당시 미제사건 유력
경찰 “이춘재 활동시기 청주권 미제 살인 사건 5건”
부녀자 암매장·성폭행·피살…“수사본부, 연관성 확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이 2일 공식확인했다. 사진은 이춘재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1994년 1월 18일자 동양일보 15면 보도 캡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검거된 이춘재(오른쪽)가 당시 청주서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화성사건 외에 청주에서도 2건의 유사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청주에서 발생한 미제사건 중 이씨의 범행 수법과 비슷한 사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2일자 1면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5건의 추가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해당 사건은 화성사건이 발생한 1986년 9월~1991년 4월을 전후해 화성일대에서 3건, 1993년 청주로 이사한 뒤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할 때까지 청주에서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했다. 1991년 7월 결혼한 뒤 아내의 고향인 청주를 자주 오갔고, 30세가 되던 1993년 4월 주소지를 청주로 옮겼다. 이후 그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씨가 청주 여죄 2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 청주권에서 발생한 미제사건들이 유력한 것으로 의심된다. 공교롭게도 이씨가 결혼해 청주와 연을 맺은 1990년 초반 그의 근거지를 중심으로 화성사건과 흡사한 성폭행·살인사건이 잇따랐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권에서 발생한 살인 미제 사건은 총 5건이다. 특히 일부 사건은 이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벌어졌거나 범행 수법에서 유사한 점이 보였다.

1991년 1월 27일 가경동 택지개발공사 현장 콘크리트관에서 공단 근로자 박모(당시 17세)양이 속옷으로 입을 틀어 막히고 양손을 뒤로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 8시께도 이 공사장에서 마을주민 김모(당시 32세)가 귀가 중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하수관로로 끌려가 스타킹으로 손발을 묶이고 금품을 빼앗겼으나 가까스로 탈출했다. 경찰은 당시 상습절도죄로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박모(당시 19세)군을 두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고,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됐다.

그해 청주시 남주동에서 발생한 부녀자 피살사건 역시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1992년 4월 23일 청주시 강내면 경부고속도로 학천교 확장 공사장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암매장 된 것을 굴삭기 기사가 발견했다. 시신이 알몸에 스타킹으로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던 점 등이 이씨의 범행수법과 유사하고, 이씨가 옛 청원군 부강면(현 세종시)에서 굴삭기 기사로 일하고 있었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당시 경찰은 이 여성이 숨진 지 3~4개월이 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으나 신원파악도 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았다.

닷새 전인 4월 18일 청주시 봉명동에서는 30대 술집 여종업원이 식당 주차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27명의 형사를 투입했지만, 사건은 미궁에 묻혔다.

또 같은 해 6월 24일에는 복대동 가정주부 이모(28)씨 피살사건이 있었다. 살해된 주부는 하의가 벗겨진 채 목이 전화기 줄에 묶여있었다. 이곳은 이춘재가 살던 복대동 집에서 직선거리로 400m 떨어진 곳이다.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으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이씨의 처제살인사건 두 달 전인 1993년 11월 청주 내덕동 한 주택에서 잠자던 20대 여성을 성폭행 후 둔기로 때려 살해한 사건도 있으나, 이듬해 1월 30대 피의자가 검거된 기록이 확인됐다.

앞서 경기남부청 수사본부는 지난달 23일 청주지검으로부터 청주처제살인사건 사건기록을 넘겨받았고, 청주흥덕경찰서와 청원경찰서 문서고에서 10차 화성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과 이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1994년 1월까지의 사건기록을 확인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이씨가 청주에 머물렀던 당시 청주에서 5건의 미제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당시 사건기록 등을 면밀히 살펴 수사 중으로, 구체적 사건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2007년 이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15년)이어서 추가범행이 확인된다고 해도 이씨를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이들 미제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