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충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권지현 충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권지현 충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동양일보]빈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진료실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혈과 어지럼증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이려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지럼증과 빈혈은 전혀 다른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빈혈은 우리 혈액 내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의미한다. 즉, 혈액검사를 해야만 빈혈의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어지럼증은 말 그대로 사람이 어지럽다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상황을 말한다. 빈혈이 발생했을 때 어지럼증이 꼭 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혈색소 수치 감소가 경미하면 특별한 불편을 못 느끼기도 한다. 오히려 빈혈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어지럼증이 실제로는 더 흔하다. 눈앞이 빙빙 돌면서 마치 멀미를 하는 것 같은 어지럼증은 귀 속에 있는 균형을 잡는 신경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고, 갑자기 일어섰을 때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찔한 같은 느낌은 기립성저혈압이나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계 증상과 연관이 있다.

실제로 빈혈은 우리 몸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증상을 나타낸다. 혈색소가 하는 일이 폐가 흡수한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에 나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붉은색을 띄는 혈색소가 적어지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활동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으니 늘 무기력하고 피곤하며, 뭘 해도 남들보다 빨리 지친다. 평소보다 산소 요구량이 많아지는 경우, 즉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을 하거나 갑자기 뛰면 심한 호흡곤란을 느끼거나 마치 협심증과 같은 가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저산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과 폐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병이든 증상을 빨리 인지하고 정확히 진단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빈혈은 그자체도 중요하지만, 악성종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을 정확히 알고 제때 의사를 찾아가도록 해야 진단이 늦어지거나 또는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하게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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