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김동신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동양일보]대한민국 부모는 대단하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기러기 아빠쯤은 얼마든 각오를 한다. 교육에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하기도 해서 본인이 쓸 돈도 줄여가며 과외, 학원을 보내기도 한다.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면 불법․편법도 한다. 나 또한 이제 부모가 돼 나는 맛있는 것 못 먹어도 아들은 맛있는 것 먹이려고 하니 나도 다른 부모들과 똑같은가 보다.

올해 초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쳐서 공공기관은 자동차 2부제를 시행해 나 또한 이틀에 한 번씩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버스를 타는 것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평소보다 집에서 20~30분은 일찍 나와야 하기에 귀찮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몇 번 타보니 버스 타는 재미도 괜찮았다. 아침에는 어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지도 보고, 운전하느라 신경을 안 써도 되니 계속 타고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가축 분뇨 및 개인하수처리시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데 민원인들이“이번 담당자는 왜 이렇게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법에도 없는 것을 자꾸 하라고 하느냐”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나도 다른 공무원처럼 법에 있는 것만 하면 민원인도 편하고 나도 일을 빨리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불평과 불만을 갖는 민원인에게 내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선생님들 어릴 때 하천에서 목욕하고 물 마음대로 먹지 않으셨느냐? 그런데 지금은 어떠냐? 여름만 되면 녹조에 똥물에 악취가 진동하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자녀나 손자들에게 본인들이 버린 똥물 마시게 하고 싶으시냐”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신다. 가축 분뇨를 엉망으로 관리하고, 개인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지 않아 기계는 꺼져 있고 정화조는 청소를 하지 않고... 이렇게 본인들 돈 버는 것만 관심이 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고 재산을 물려주고....

여러분들도 느낄 것이다. 이제는 깨끗한 환경을 돈으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내가 태어난 1981년 청주시 무심천은 똥물이었다. 악취로 인해 여름에는 근처도 가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은 하수관이 잘 돼 있어서 예전보다는 많이 깨끗해져 낚시를 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이건 청주시에서 노력을 해 깨끗해진 것이다.

그럼 나와 여러분은 깨끗한 청주시․대한민국을 우리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는가?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고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돈을 벌기보다는 환경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축사 주인은 가축 분뇨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자가용 운전자는 차량 운전 횟수를 줄이고, 생활에서는 양치할 때 양치컵을 사용해 물 사용을 줄이고... 우리의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자녀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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