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국가필수국제선박’ 운용 취지 무색하게 배치인원 20% 불과 나머지는 상선 타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승선근무예비역이 일본 전범기업 소유 선박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김종대(정의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공개한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현재, 2012년 국무총리실이 299개 전범기업으로 꼽은 이노해운 소유 선박에 승선근무예비역 9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이를 ‘현대판 일본 강제징용’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강제징용했던 일본 전범기업에서 손자를 다시 강제징용한 꼴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조차 없는 일본 전범기업이 우리 청년을 저임금 노동으로 착취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노해운은 지난해 3월, 배에서 승선근무예비역 구모씨가 집단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구씨는 선원관리회사 IMS코리아 소속이었는데 이 회사는 이노해운 선단과 선원을 관리하는 업체다. 병무청 ‘2019년 승선근무예비역 배정인원 조정 명부’에 IMS코리아에는 2019년 9월 현재에도 승선근무예비역 9명이 소속됐다.

승선근무예비역은 전시 국가필수국제선박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승선근무예비역의 ‘국가필수국제선박’ 배치인원은 전체 인원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은 5년 내에 3년간 배를 타야 병역이행이 완료된다. 사실상 어떤 관리·감독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배 위에서 승선근무예비역들은 철저히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방부·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승선근무예비역의 사망률 및 부상률은 현역병사에 비해 10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국가비상사태 대비해 마련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일본을 비롯한 타국의 승선 인력난을 해소해주는 용도로 전락했다”며 “그 과정에서 청년은 값싸게, 비인간적으로 착취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무청은 올해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엄재천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